6·2지방선거 인용보도와 기자영혼의 독립성
[언론다시보기] 박상건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박상건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3.15 11: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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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건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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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이다. 6월 2일은 제5회 동시지방선거일. 복잡다단한 선거규모로 보아 대선에 버금간다. 단체장, 의원, 비례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용지에 등장하는 후보가 1백 명에 이르는 지역이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언론의 후보검증과 정책 여과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야말로 말, 말, 말들이 쏟아진다. 말은 언론이 어떻게 인용보도 하느냐에 따라 민심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여론의 중심에서 매섭게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저널리스트는 취재원과 독자 사이의 교량 역할자이다. 저널리즘은 단순중계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기자란 그날그날의 역사가. 발로 뛴 기사일수록 인용보도가 많고 그만큼 기사 질도 높으며 신뢰도 높다.
주말에 신문을 훑어보았다. 동아일보는 13일자 “여야 은밀한 개입 ‘정치 교육감’ 선거”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여야 한판 격돌 예고’, ‘빅 이벤트’, ‘각 정당 촉각 곤두세우고’ 등 갈등을 조장하는 어휘 사용이 눈에 띈다. 특정 학교 교장을 언급하며 ‘제2의 미셸 리’란다. 미셸 리는 미국 공교육의 상징이라고 설명도 곁들였다.
긴 문장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고작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딱, 한 번이다. ‘정치 교육감 선거’를 비판하면서 대안은 없다. 3면 관련기사로 넘어가 보니 ‘중앙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정당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한 문장 있다. 결국 특정 후보만 부각한 기사다.
중앙일보는 13일자 “‘고비용 저효율’ 교육감 직선 민주당 반대해 폐지 못했다”, “법엔 금지돼 있는데…여야는 왜 교육감 선거에 목맬까” 제목의 기사를 3면과 4면에 걸쳐 실었다. 4면에서 ‘여야의 선거 전략통들’에 따르면 “골치 아프다”, “답이 잘 안 나온다”고 보도했다. 2개 지면 인용기사 8개 중 실명은 2건에 불과했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권이 개입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지면에서는 지역별 후보들을 ‘보수성향’, ‘진보성향’으로 구분해 보도했다.
인용보도는 선거보도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뢰가 생명이다. 2007년 당시 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 언론의 투명한 취재원은 56.2%, 반투명 및 불투명 43.8%. 반면 미국은 투명 66.9%, 반투명 및 불투명 33.2%로 나타났다.
출처가 투명하지 못한 인용보도는 그만큼 왜곡 가능성이 크다.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조너선 얼터는 취재원의 인용기사에 아주 적은 수정이라도 그것은 몰래 고치는 것과 같아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후보가 특정 후보를 비난했을 때도 비난받는 사람 반응을 보도해야 한다. 서로 다른 발언자의 말은 각각 다른 문장에서 인용해 독자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 이슈와 쟁점에서는 균형과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기자도 사람이다. 그래서 미국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기자에게 공정, 균형, 객관성이라는 표현 대신에 영혼과 정신의 독립성을 요청한다. 독자에 대한 기자의 신뢰성을 강조한 것이다.
선거철마다 언론 및 학계, 시민단체는 각종 선거보도 세미나를 열고 보도준칙 마련 등 부산을 떤다. 이제 그런 이벤트는 그만 하자. 모든 국민의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를 위해 기자 영혼이 독립한 진정한 저널리즘의 실천이 절실하다.
그것만이 언론이 사는 길이고 국민이 사는 길이다. 언론의 선구자 조셉 퓰리처는 기자는 국가라는 배를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역할을 더 강조해 무엇 하랴. 미국 3·4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강조했다. 이 명제의 전제조건은 “정부의 기초는 국민여론이므로 이를 잘 유지해야 하는데”, 그 여론의 창으로서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