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은 후보를 다 아시나요?
[언론다시보기]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5.17 09: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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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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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TV를 보다가 한 공익광고를 보았다. 요새 한참 뜨는 개그우먼이 나와서 시선이 저절로 갔다. 지방선거 투표방법과 참여 캠페인 광고였다. 4번씩 2회 투표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명색이 정치학 전공자라 투표를 8번 한다는 것을 알면서 우쭐하는 마음에 같이 TV를 보던 어머니께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8번이나 투표하는 게 뭐가 쉽냐는 핀잔이었다. 그리고 후보도 누가 누군지 몰라서 대충 찍겠단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꽃이라고 한다. 선거야말로 민주국가에서 합법적인 권력창출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권자가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정치정보를 충분히 인지하고 후보, 정당, 정책 등을 비교 검토해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그래서 선거 때 정치적 관심이 고조되고, 자신을 대표하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선거가 불과 2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은커녕 면면조차 알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거기에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은 선거등록이 마감된 14일에야 기호가 정해졌다. 그야말로 후보도 유권자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다.
선거제도 개선 고려해야현 선거법의 모태는 2004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대전제 하에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고, 일정 득표를 얻으면 국가가 선거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 결정되었다. 혁신적인 선거법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것을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고 한다. 입법 초기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법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발생한다. 그래서 입법권한을 가진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의 여야관계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제가 있지만 선거제도를 지켜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선거법에서 단순히 8번의 투표방식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논란 중인 선거법 93조 1항은 헌법재판관 5명이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위헌의견을 낸 조항이다. 단 1표가 모자라 위헌이 되지 않았던 조항이다. 이 역시 개정여론이 높다. 선거법은 여러 문제로 인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만이 아니라 알권리도 근본적으로 제약해 합리적인 투표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전자투표 도입도 대안그런 맥락에서 필자는 선거방식 변화와 함께 인터넷 선거운동과 전자투표 등을 제안하고 싶다. 인터넷을 활용한 자유로운 선거운동의 보장과 자유로운 정치토론을 상시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돈은 묶고 입은 푸는 선거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웹 2.0의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트위터나 블로그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비용도 별로 들지 않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소통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지금처럼 후보자 난립에 따른 선거정보 결핍의 문제점을 약간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전자투표도 고민해야 한다. 8번이나 되는 투표를 위해 선거용지와 관리, 개표비용 등이 웹 2.0시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선관위는 이미 전자투표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정치권에서 논의되지 않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에 얼굴과 후보의 주요 정책을 보고 차례로 투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지금과 같은 8번 투표의 혼란 상당부분을 없앨 수도 있다. 이제 생각을 전환하고 선거제도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