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국민연금 효용가치 제대로 알리자
[언론다시보기]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6.02 13:44:57
|
|
|
|
|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
|
최근 국민연금 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연금액이 최초로 2백만원이 넘는 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노후에 대한 공포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화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기사이다.
젊어서 꼬박꼬박 냈던 국민연금으로 노후에 2백만원가량의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그동안 수많은 기사를 통해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후가 끔찍해질 것이란 비관을 자주 접해 왔다. 연금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로부터 연금이 없으면 노후에 자장면도 못 먹고 살게 될 것이란 협박 아닌 협박도 자주 접해 왔다. 연일 많은 여론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중산층들은 당장의 소비를 하느라 노후 준비도 하지 않는 대책 없는 사람들 취급도 받아 왔던 터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사람들은 오래 산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미래를 비관하면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계획도 없이 사는 한심한 사람으로 마주해야 했다. 노후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내재되어 있는 공포심에 매월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공적 연금만으로 생활비가 해결된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이런 반가운 소식에 언론들의 태도가 미온적이다. 대다수 기사가 단순한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 이 반가운 특종을 짤막한 보도 자료 발표식으로 마지못해(?) 기사화한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순간 국민연금에 대한 여러 의심들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거금 내고 푼돈 받고, 기금은 머잖아 고갈날 것이고, 주식투자로 기금을 날린다?
머잖아 기금이 고갈난다는 데 2백만원씩이나 연금을 수급하는 경우는 현재의 은퇴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내용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외인들의 매도를 방어하는 총알로 쓰인다는 기사도 자주 접했는데 혹 기금의 주식투자로 그나마 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이렇게 불안정하게 기금을 운영하다가는 종국에 가서는 푼돈을 받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건 아닐까. 기금이 바닥나 버리고 나면 젊은 세대가 내는 돈으로 연금을 받아야 할 판인데 저출산으로 젊은 세대 수가 적어 우리만 손해보고 끝나지는 않을까.
국민연금을 둘러싼 이런 여러 의심들은 비단 언론의 책임만은 아니다. 그간 언론에서 국민연금의 기사를 다루면서 이런 의구심들을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도 아니다. 다만 기금 바닥 우려 혹은 주식투자로 기금 운영 불안에 대한 기사나 은퇴자들의 연금 수급이 푼돈이라는 사례들을 자주 접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스러운 기사와 연금 수급에 대한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만으로도 그간의 금융사들의 네거티브한 국민연금 흠집내기 마케팅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국민연금에 대해 일종의 세금과 같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가급적이면 납입을 회피하려는 경향도 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만큼 고령화 시대를 효과적으로 준비할 방법은 그리 흔하지 않다. 도입 취지조차 노후를 위한 국민적 강제 저축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장기적인 소득보장제도’이다.
우선 가장 큰 장점은 개인연금과 달리 납입하는 연금보험료에 사업비를 차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관리비를 산정하지만 그 금액의 대부분은 관리 운영을 책임지는 직원들의 인건비로 나간다.
민간 보험사의 사업비는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 중 가장 크게 차지하는 비용이 모집에 따른 모집 수수료이다.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이기 때문에 모집 인원이 필요없고 따라서 과도한 모집 수수료를 보험료에서 부담하는 일은 없다. 반대로 민간 보험사는 사업비에서 신계약비, 즉 모집에 따른 비용을 과도하게 산정한다.
그나마도 예정치를 잡아놓고 고객의 보험료에서 미리 떼어버린다. 실제 사업상에서 예정 사업비보다 적게 써서 돈이 남게 되면 그 돈은 고스란히 보험사의 이익으로 남는다. 사업비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2% 수준이 아니다. 대개의 경우 10% 이상을 넘어선다. 국민연금의 인건비 수준의 관리비와 민간 보험사의 모집에 따른 비용과 각종 유지 운영 경비 및 회사의 이익까지 챙기는 사업비를 비교하는 것은 비교하나마나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같은 연금보험료를 불입하더라도 추후 받을 수 있는 연금수령액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큰 차이는 국민연금의 경우 추후 받는 노령 연금에 물가와 소득 상승률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매월 소득의 9%를 불입하고(그나마도 근로소득자는 회사 부담 절반으로 4.5%만 낸다) 20년 이상만 불입하면 평균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보장받는다. 그 평균 소득의 60%에 물가와 소득 상승률을 반영시켜주는 것이다. 당연히 노후 생활비 재원으로는 상당히 안정적인 재원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민간 보험사의 개인 연금은 물가와 소득 상승률이 아닌 이자율이 반영된다. 이자율에 따라 연금 재원이 운영되는데 문제는 이미 연금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고 남은 돈에 그때그때의 이자율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자율 자체도 물가 상승률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판에 원금에서 10% 이상을 떼어낸 나머지 보험료에 낮은 이자율을 반영하게 되면 장기간 운영 시 물가상승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적지 않은 부담을 하고 추후 받게 될 연금은 이자율에 따라 얼마가 될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서 여러 각도로 사회적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천안함 사고 여파로 외인들의 주식 이탈을 방어하는 데 기금이 활용되어서는 곤란하다. 주식투자에 법정 한도가 있음에도 정권에 따라 그 법을 충실히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기금운영을 해서는 안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노후 준비를 위해 가장 필요한 우선순위로 국민연금의 활용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