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10주년… 대북강경 원칙 수정돼야 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6.14 10:49:57
김대중, 김정일 남북한 두 정상이 냉전의 벽을 넘어 평화공존을 위해 손을 맞잡은 지 꼭 10년이 됐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대한 첫걸음인 동시에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약속하는 우리 민족사의 장엄한 드라마였다. 6·15 공동선언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풀어나가자는 약속이었다. 헤어진 가족들이 만나고 총부리 겨눠온 군인들이 만나며 경제협력도 강화해 우리 민족끼리 우리 살 길을 한번 찾아보자는 절실한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10년 세월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6·15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노무현 정부시절 10·4 공동선언이 이어졌고, 한국과 미국의 정권이 교체됐다. 미국은 9·11테러를 겪으면서 대외전략과 대북정책이 전면 수정됐고, 중국은 개방정책을 가속화하면서 대북정책을 ‘현상유지’로 못박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을 내세웠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라’는 말만으로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1980년대 소련이 북한 카드를 버리면서 북한은 핵무기 연구를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북한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시작하면서 북한은 또다시 핵을 무기로 삼으려는 정책을 굳혀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핵을 포기하라’는 말 외에는 어떤 효과적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 내려놓고 문 열라’고 을러댄다면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북한이 과연 그렇게 할 것인가? 중국의 지지, 미국의 설득 없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있는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푸는 최선의 방법은 주변 강대국들이 꺼려하는 ‘주도적’이라는 말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착실하게 주변국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이러한 비전략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냉엄한 평가다.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 여당과 보수층이 쏟아내는 강경대응론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즉 여론의 소리 없는 합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성과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전략적 인내론’도 문제지만 전략이 결여된 강경대응론 역시 폐기돼야 한다. 따라서 더욱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대북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요한 방안 중 하나가 사람의 교류다. 살아있는 사람 몸에는 항상 피가 통하듯, 아무리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남과 북 사이에 사람이 오가야, 남북관계의 출구전략도 마련되는 법이다.
특히 남북 언론인의 교류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남북한 언론인간 본격적으로 교류가 시작된 것은 2006년 금강산에서 남북한언론인토론회가 개최되면서부터다. 이후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폭과 깊이를 늘리면서 10년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를 오가는 합동 토론회는 물론이고 이제는 서로의 기사까지 교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명박 정부의 봉쇄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는 언론인 교류를 포함해 남북한 민간 교류를 재개해야 통일의 숨통과 물꼬를 틔울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2012년은 한반도 역사에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백주년이 되면서 강성대국 원년 선포를 예고하고 있고, 김정일이 70세, 김정은은 30세가 된다. 한국과 미국,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중국 공산당은 5세대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강경대응이라는 원론만을 주창하는 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뭍밑에서 끊임없이 주변국을 설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언론 역시 국제정세를 직시하고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갖도록 앞장서야 한다. 6·15 1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남북이 함께 평화공존할 길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