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장범 KBS 사장 후보 임명제청 정지 가처분' 기각

KBS 야권 이사 4인 "유감…'대통령실 사전 낙점' 의혹 규명될 때까지 임명 중단해야"

법원이 박장범 KBS 사장 후보를 임명제청한 KBS 이사회 의결을 효력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박 후보의 사장 임명까지 변수로 남아있던 이번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박장범 후보 KBS 사장 임명안 재가를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0월24일 KBS 이사회 야권 이사 4명은 여권 이사 7인을 추천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의결은 위법하기에 이들 7명 이사들이 의결한 사장 후보 임명제청 또한 무효라며 해당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BS 이사회는 전날 여권 이사 7명의 표결로만 박장범 후보를 사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법원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KBS 이사 7명을 추천한 건 의결정족수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대통령이 KBS 이사를 임명하고 있어 임명권자의 폭넓은 재량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통위가 임명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과 달리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김우현)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이른바 ‘2인 체제’ 하에서 방통위의 추천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것이 위법성이 명백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법원은 KBS 야권 이사 4인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 위법성의 근거로 제시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언급하며 “방송문화진흥회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통위에게 이사의 임명권이 있다고 정하고 있어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에 당연무효사유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3일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회 등 언론계 원로들이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 선임 효력 정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정재권·류일형·김찬태·이상요 KBS 야권 이사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하게 임명한 여권 성향 이사 7명의 박장범 사장 제청 의결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위법적인 박 사장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공영방송 K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도 크게 추락할 것이 분명하다”며 “특히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의 사장 사전 낙점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이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박 사장 임명을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박장범 후보 인사청문회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마무리하자, 21일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22일까지로 시한을 두고 박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번 가처분이 기각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르면 23일 박 후보에 대해 사장 임명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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