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의도 KBS 수신료 인상 반대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난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후 또 하나의 날치기 꼼수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KBS의 수신료 인상안이 그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5일 국회에 출석해 KBS 수신료를 6천5백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최 위원장의 사견이 아니라 일종의 압력이다. 진행되는 과정이 미디어법 당시와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최위원장이 방송선진화를 위해 종합편성 사업자 선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미디어법 통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후 상황이 어땠는가?

한나라당은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깨가며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

최 위원장의 25일 국회 발언 이후 수신료 인상안도 미디어법 당시와 마찬가지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KBS 이사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합의제 정신을 송두리째 짓밟았다. 김인규 KBS 사장은 국민 설득과 사회적 합의를 약속했지만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해버렸다.

정부와 KBS가 시도하려는 수신료 인상은 절차와 과정상에 심각한 하자를 갖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대선 당시 공약을 통해 가계 통신비 20% 인하를 약속했다. 물론 가계 통신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통신비는 20% 인하하겠다고 한 정부가 어째서 방송비(수신료)는 2천5백원에서 무려 2백% 가까이 인상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얼마 전 학회 세미나에서 KBS 관계자는 ‘KBS수신료가 NHK나 BBC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단순 수치상의 수신료를 볼 것이 아니라 과연 KBS의 방송이 BBC나 NHK에 비해 공공적이고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케이블이나 위성의 기술적 지원 없이 순수하게 공중파 주파수로 각 가정이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등에 대해 자문해봐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KBS 수신료 인상이 종편의 수익 보장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종편으로 수신료가 유입돼야 한다는 논리를 피력해 왔다. 다시 말해 보수언론이 준비하고 있는 종편을 빨리 자리 잡게 하기 위해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KBS 수신료 인상을 강행하려는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이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현재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은 심각한 일관성의 하자도 갖고 있다. 2007년 당시 현재의 야당이 방송위원회가 KBS인상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은 일거에 수신료 인상안을 기각시켰다. 야당일 때 기각했던 근거가 여당이 된 후에 왜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또 DJ 정부 시절에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을 때 현재 종편을 준비 중인 주요 신문사들은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 적도 있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는 어쩐지 침묵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놓고 공적 위치에 있는 정당과 주요 신문사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져선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논리적 연관성도 없는 수신료 인상 강행처리를 해선 안 된다. 그것은 뜨거운 저항만 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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