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기도' 민심이 두렵지 않은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7.07 14:15:33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과 신용우 문화방송 노조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애초 증거 인멸이나 도주 등의 우려가 없는 이 본부장과 신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잇따른 구속영장 신청과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일이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는지 법원이 새삼 확인시켜 줬다.
법원은 “피의자 처벌 여부에 대해 재판 절차를 통해 판단할 때까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나라가 법치국가임을 확인시켜 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사실 사법 당국이 두 사람의 인신을 구속시키려고 한 행위 자체가 몰상식하고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주된 이유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우 지난 5월25일과 26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 또 이 본부장과 신 사무처장의 혐의가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라고 보기에 어려운 업무방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직업과 주거도 일정하다. 이들이 도주한다고 해서 이미 39일 동안 진행한 파업, 즉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또 어떤 목적으로 파업했는지 등은 문화방송 노동조합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잘 나와 있다.
무엇보다 사법당국이 두 사람에 대한 인신을 구속하려고 한 의도 자체가 불순해 보인다. 경찰이 두 사람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지난 2일이다. 하지만 지난 4월5일부터 시작된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은 이미 5월13일 끝이 났다. 그런데도 경찰이 파업을 철회한 후 50일이나 지나서야 두 사람을 파업 주도 혐의로 옭아매려고 한 것은 뭔가 느닷없고 앞뒤가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애초 경찰은 불구속 의견을 밝혔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지시한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문화방송 ‘PD수첩’의 이른바 ‘영포회’ 보도에 대한 정치 보복과 파업에 돌입한 한국방송공사 새 노조의 활동까지 위축하게 하려는 다목적 포석이 깔렸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 본부장과 신 사무처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과 경찰은 다시 한번 망신을 당하게 됐다. 강압 통치와 공권력 남용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필귀정의 결과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아직도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해 안달이다. 하지만 MBC사태가 끝났고, MBC를 장악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MBC사원 1천28명이 실명으로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MBC 사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6·2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배했다. 그런데도 불과 한달 전 나타난 민심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명백히 밝히는 바이다. 언론은 장악해서도 안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끝내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욱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임을 우리는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