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전략이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 키운다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재테크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절세 관련 기사이다. 이자소득세를 절감하는 내용의 기사부터 연말 소득공제까지 때만 되면 어김없이 경제뉴스를 장식하는 단골 메뉴이다. 예를 들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의 경우 최고 연간 3백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소득 1천2백만~4천6백만원인 소득자는 약 53만원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수치대로라면 대략 수익률로 환산했을 경우 7%의 수익률 효과가 있다.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돈 53만원이 굴러들어온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절세를 통한 소득공제, 즉 세금 환급금을 공돈이나 횡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돈이나 횡재는 흔히 유흥비와 같은 불필요한 지출로 쉽게 새어나간다고 지적한다. 심적계좌에 의해 돈의 출처에 따라 각각의 돈에 이름을 붙여놓고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공돈이라는 이름의 돈을 하찮게 여기게 되고 신중하지 못한 충동소비로 쉽게 써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저서를 통해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공돈이 만들어내는 심적계좌 오류에 대한 처방을 내린다.

“공돈을 은행에다 2주간만 저축을 해놓아라.” 최교수는 “은행에 예치되어 있는 동안 그 돈은 공돈에서 예금이라는 이름으로 심리적 돈세탁이 이뤄짐으로써 돈의 가치가 변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절세는 상당수 언론들의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공돈과 횡재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비쳐지지만 저축에 대한 동기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절세가 거론되고 있지 않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세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정되어 버린다. 즉 세금은 아까운 것, 최대한 내지 않아야 할 대상, 손해보는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세금을 내면서 아깝다는 인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차원에서 세금이 사회안전망 구성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재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장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때는 아깝지만 세금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길게 보면 소비자들에게는 세금을 내지만 세금을 통해 다른 비용을 줄일 수 있음에 대해 인식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소득세와 같은 직접세의 경우 중간 이하의 국민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이유가 없다. 2008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지급 명세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소득세를 1원이라도 부담하고 있는 근로자는 전체의 5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세를 내지 않는 국민이 전체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이다. 소득세는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되면서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한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이 소득세와 재산세, 상속세 등의 세금을 크게 올렸던 1950년대에 중산층이 크게 늘었으며 향후 세대가 누릴 경기호황의 기반을 마련할 만큼 경제성장을 해냈음을 강조한다. 즉 세금이 줄어들어 부와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던 시절에 비해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로 경제적 평등이 늘어난 시대에 경제성장이 더 활기를 띠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거시적 차원의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절세의 지나친 강조는 또 다른 면에서 모순을 일으킨다. 가장 큰 문제는 절세 상품의 대부분이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상당수 가계 경제가 현재 비상금 하나 없이 부담스러운 빚을 끌어안고 있다. 이미 현금흐름이 막혀 마이너스 통장을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금융상품은 이미 언제든 깨질 위험을 안고 있다.

소득공제의 경우도 이미 세금을 내지 않는 가정이 절반이라면 절반의 국민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미 부채가 많아 장기 부채의 이자만으로도 다른 절세상품의 활용없이도 냈던 세금의 대부분을 돌려받는 가정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마이너스 대출의 10% 이상인 금융비용을 감당하면서 저금리 장기저축상품을 연말 보너스로 인식하고 유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절세에 대해 좀더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맹목적이 되고 그것은 또 다른 오류를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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