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전용 신용카드 너무 위험하다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9.06 14: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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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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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하지는 않지만 언론사에서는 기업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해서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 기사의 하단에는 ‘출처:○○○저축은행 본 콘텐츠는 해당 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기사를 보면서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지 못한다. 특히 보도자료라고 하면 기업 측에서 제공한 내용임을 알지만 언론사의 권위로 나름 보도해도 될 만한 ‘정보’라는 판단이 전제되었을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최근 언론사를 통해 저축은행들의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의 결합상품이 이런 보도자료로 소개되고 있는 기사를 접할 때가 있다. 20대 대학생들에게 신용카드는 위험한 줄은 알지만 가질 수만 있다면 대단히 매력적인 도구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실제로 소득이 없는 대학생 신분에 적지 않은 수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올크레딧(www.allcredit.co.kr)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의 23.7%가 본인 명의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고, 18.8%가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한다. 여신금융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용카드 회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한다. 아직 대학생이거나 직업이 불안정할 것으로 추정되는 20대의 카드 소지 비중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저축은행의 마이너스 대출식 신용카드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모습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 카드의 금리는 연 19~25%에 달한다. 상환방식은 마이너스 대출식으로 수시입출이 가능하지만 청구 시에는 이자만 청구되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해당 저축은행에서도 이러한 점을 대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케팅한다. 또한 언론사를 통해서도 이 카드가 ‘서민을 위해 출시된’ 카드라는 저축은행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무심코 기사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위험한 마케팅을 대행한다.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힘겹게 갚아나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갈증 해소는 일시적으로 끝나고 더한 채무의 갈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대학생들의 신용카드 사용은 그 자체가 커다란 위험을 내포한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한 소득을 유지하는 20대와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 연금리가 20%를 넘는 카드를 결제할 능력이 있겠는가? 결국 저축은행들의 마이너스식 신용카드의 높은 이자율은 대학생들을 사금융으로 유도한다. 게다가 케이블TV에서 영화 한 편 감상하면서 친구 같은 대출, 대출 심사 없는 간편한 대출상품에 대한 과장 광고가 하루에 10회 이상 노출되는 현실이다. 신용문제가 절박한 사람 입장에서는 광고가 과장되었거나 무서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반가운 마음과 믿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렇게 대부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광고를 통해 누그러진다. 당장에도 휴대전화를 괴롭히고 있는 카드 연체 독촉 전화 앞에서는 ‘잠시만 빌려쓰고’라는 심정으로 대부업이 나쁜 줄 알면서도 이용문의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20대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쳐 있다. 최고 법정 이자율 한도 44%짜리 등록 대부업 이용조차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잠시만 빌려쓰고’라는 엉성한 미봉책은 불법 미등록 대부업으로까지 넘어가게 만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채 등사금융 피해자의 61%가 20~30대의 젊은 층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절반 이상이 불법다단계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대들의 신용 사용은 시작과 동시에 이미 사금융 피해자로 무시무시한 불법 채권 추심과 그 이상의 정신적 고통의 불행을 겪게 될 위험을 안고 있음을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지독하게 경험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드 마케팅의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누구도 가리지 않는 카드회사들의 횡포를 또다시 재현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