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댓글' 확산, 벼랑 끝 실명제 폐지해야
[언론다시보기]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09.29 13: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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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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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정보통신 관련 인터넷신문인 ‘블로터닷넷’은 실명제(원명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대상이 되자 기존 게시판을 폐쇄하고 이른바 ‘소셜 댓글’을 적용했다. 소셜 댓글은 게시판에서 실명인증을 하고 댓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미투데이 등 요즘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마이크로블로그 계정으로 실명인증 없이 자유롭게 댓글을 다는 방식을 말한다. 소셜 댓글은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무선환경이 확대되면서 나온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 주요 언론사들도 일제히 소셜 댓글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개편된 언론사 사이트는 실명제 적용대상이지만 SNS가 아직 개인 간 소통양식이기 때문에 실명 확인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해외 유명 메이저 신문사 웹사이트들과 국내에서는 정부 공공기관, 주요 정치인들도 홈페이지에 소셜 댓글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정 사용자가 되면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글을 쓰는 인터넷 실명제가 무력화되고 있다.
실명제 폐지의 3가지 새로운 이유이제 시대착오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단순히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거대한 정치사회적 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새로운 3가지 이유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첫째, 소셜 댓글 확산에 따라 실명제 도입의 명분인 악성댓글이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 그간 누리꾼들과 시민사회는 실명제가 과도한 규제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를 주장했다. 그럴 때마다 정부 입장은 악성댓글로부터 선량한(?) 이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명분으로 실명제 유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소셜 댓글을 보면 오히려 실명제 게시판보다 더욱 청정공간이 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SNS는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망을 유지·확대하는 곳인데 그곳에 악플, 스팸을 올린다면 그 사람의 인터넷 평판은 떨어진다. 그럴 경우 오히려 소셜 네트워킹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실명제 없이도 인터넷 악성댓글은 정화되고 있다.
둘째, 규제 실효성 차원에서도 실명제는 폐지해야 한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도 인터넷 실명제가 국내 인터넷 산업에만 적용되고 해외 사이트는 적용되지 않는 비대칭 규제의 일환이라고 자인한 바 있다. 이로 인한 국내 관련 산업의 물질적·법적 부담이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사이트는 우회해서 자유롭게 서비스하고 있는데 말이다.
셋째,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인터넷 실명제를 위한 개인정보의 집중은 관리자의 사이트 보안문제 취약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례는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2/3는 해외 포털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검색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 댓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제도화되었지만, 개인정보의 집중화로 인해 더 중요한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술술 새나갈 개연성을 높여 주었다.
실명제, 폐지 명분 높다이런 이유 때문에 실명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면 정부는 밀려서 하지 말고 명분을 가지고 퇴진해야 한다. 소셜 댓글은 앞으로 새로운 댓글문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외부강제가 아니더라도 누리꾼들 간의 평판 시스템(Reputation System)으로 자율 정화와 규제가 가능하다는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소셜 댓글도 실명제 위반이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유튜브가 국내법으로 실명제 대상이 되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떠난 바 있다.
만약 정부가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실명제를 적용하려 하고, 이들이 유튜브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그야말로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될 수 있다. 이제 유명무실한 인터넷 실명제를 명예롭게(?) 퇴진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