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주택소유욕 부추기는 것은 "선동"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최근 전세가가 치솟으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장기간의 침체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전세 수요자들이 경매에 참여하거나 급매물 매수에 나서면서 부동산 거래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기대심이다.

전세시장은 투기수요가 없는 실수요만으로 이뤄지는 시장이다. 약간의 수급 불균형만으로도 전세 가격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은 재개발, 재건축 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개발, 재건축 바람으로 인해 서민들의 전세용 주택인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멸실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전셋값 폭등에 대한 참여연대 정책 제언에 따르면 2010년 멸실되는 전세용 주택이 4만8천6백89가구, 그에 비해 공급되는 전세용 주택은 2만2천5백39가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듯 전세 주택의 수급 불균형은 당연히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세를 살고 있는 무주택 서민 중산층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제 막 전세 계약 시기가 도래하는 사람들은 행여 집주인으로부터 전셋값 인상 통보를 받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세 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부동산 거래 활성화의 호재로 보도하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다거나 전세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내년쯤에는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들이다.

전통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실제 이와 같이 흘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전세 수요자들이 전세를 구하지 못해 집을 매입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지난 9월 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43% 수준이다. 즉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전세 보증금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소득이 상승하고 자산이 늘어나는 경기 확장 국면이라면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서민 중산층의 가계 재무 상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상위 소득 자조차 가계부채는 심각한 반면 금융자산은 넉넉하지 않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 실물자산에 편중되어 있어 새롭게 주택 매입에 나설 형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하위 계층이 전세난으로 인해 주택 매입에 나설 수도 없다.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산층 서민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현재 수도권 일반 아파트(109㎡) 가격이 도시근로자 가구 연소득의 11.6배이다. 전셋값이 폭등하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으로 매입에 나서는 것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전세 보증금만큼의 돈을 빌려서 집을 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지난 몇 년간에 불었던 아파트 재테크 광풍이 아니면 그렇게 무모해질 수 없다.

또한 그런 무모함을 부추겨서도 안된다. 오히려 지금의 전셋값 폭등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냉철하게 모색하는 제안이 절실한 때이다.

가령 참여연대에서는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서 전세계약 갱신율을 높이는 방안이라든가 장기 전세 주택의 활성화, 건설회사 미분양주택의 전세주택 전환 등의 대안이다. 이와 달리 언론에서는 전세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근원적인 해법 모색에 관한 접근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기사들이 더 흔하다.

가계부채가 8백조원에 달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전셋값 폭등을 빌미로 빚을 내서라도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동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언론의 부동산 관련 기사를 접하고 위기감에 빚을 늘리는 비극적인 재무 선택을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본질적인 해법 모색에 대한 사회적인 진지한 접근을 만들어내는 건강한 기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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