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디바이드' 2012년 선거 판도 가른다
[언론다시보기]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1.01 09: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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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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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종이신문의 가구 구독률이 최근 10년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예고된 것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다. 아파트, 직장, 그리고 지하철에서 보더라도 종이신문을 보는 모습은 하루가 달리 사라지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에 종이신문을 내어 놓는 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뉴스를 보기 위해서 종이신문을 찾는 비중도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인터넷 등 새로 등장한 디지털미디어가 이런 추세를 촉진했음은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다. 40대 이하에선 종이신문을 거의 보지 않는다고 보아도 그다지 틀리지 않기에, 아마도 10년 후면 종이신문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신문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관측은 너무 성급하다고 보는 반론도 있는 모양이다. 신문은 다른 미디어에 비해 우수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신문기자가 아무리 전문성이 있다고 주장해도 그 전문성은 전문학자나 연구자, 또는 어느 분야를 깊이 탐구한 사람들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너나없이 경영난에 봉착해 있는 신문이 ‘훌륭한 기자’를 키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각 분야에 형통한 전문가들이 많으며, 이들은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서 기자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요즘 신문에서 그나마 읽을거리가 되는 여행, 취미 같은 분야는 원래 기자들의 영역이 아니다.
신문이 존재가치를 갖고 있었던 것은 정부의 독선과 오만, 부정과 부패를 파헤치고 사회비리를 고발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감시했던 어두웠던 시절에도 몇몇 신문은 행간(行間)에서라도 진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독자들은 보물찾기를 하듯이 구석에 박혀 있는 정말로 중요한 뉴스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영방송과 메이저 신문들은 그런 기능을 상실했다. 신문이 그런 기능을 상실하면 신문은 ‘일간 잡지’로 전락하며, 방송이 그러하면 단지 엔터테인먼트 용도에 불과하게 된다.
신문의 또 다른 기능은 사설과 칼럼 같은 오피니언을 통해서 세상을 일깨우는 일이다. 지난날 천관우, 선우휘 같은 대논객(大論客)이 쓴 명논설(名論說)은 신문의 지가(紙價)를 올렸고 세상을 움직였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그 시대의 논객들은 권력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부(富)를 탐하지도 않았고, 이들이 일했던 매체도 그랬다. 이런 면에서도 종이신문은 권위와 기능을 많이 잃어 버렸다.
종이신문이 자랑하던 여론주도 기능은 인터넷 신문에 의해 잠식되고 말았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사는 요즘 사람들은 편집인의 눈치를 보는 칼럼이나 사주(社主)의 눈치를 보는 사설 보다 거침없이 써대는 인터넷 신문과 블로그의 오피니언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도 허핑턴 포스트나 타운홀닷컴 같은 인터넷 신문의 성공도 종이신문이 오피니언 시장을 독점하던 시절이 저물었음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단순히 오피니언을 읽기보다는 생생한 시사토론을 보거나 듣기를 더 좋아하는 추세도 중요하다.
라디오 방송의 시사대담 프로가 인기를 얻고 있는 원인도 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또 강요하는 신문 칼럼의 필자 보다 대립되는 의견을 보여주는 사회자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고, 이에 따라 그들이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TV에서 그런 기능을 하는 시사대담 프로에 대한 욕구도 높지만 현 정권 들어서는 그런 프로가 위축되어 버렸다.
앞으로 10년간은 전통 미디어에 의존하는 세대와, 소셜웹 등 날로 새로워지는 디지털미디어에 의존하는 세대가 공존할 것이기에 ‘미디어 디바이드’라고 할 만한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 디바이드는 뉴스를 섭취하는 경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뉴스 콘텐츠 자체에도 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뉴스와 오피니언만 읽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 디바이드는 2012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2012년 선거 또한 미디어 디바이드의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