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 강조하는 재테크 사례기사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재테크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특정 사례에 대한 상담 기사이다. 재테크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전문가에 의한 상담 기사들은 언제나 재테크 면의 단골메뉴였다.

‘30대 직장 싱글남 결혼자금 마련을 위한 조언’이라든가, ‘맞벌이 부부의 재테크 평가 및 재설계’ 같은 내용들이다. 특정한 사례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막연하고 어려운 재테크 정보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해줄 수 있다.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사례의 기사를 접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도 있고, 혹은 비교를 통해 현재의 상태를 평가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담 기사들의 상당수가 사례에 대한 깊은 고민과 평가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상품 재구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그 내용은 주로 예적금에 편재되어 있는 상품들을 펀드와 변액보험으로 재구성하라는 주문이다.

분산투자를 강조하면서 예적금 비율을 대폭 낮추거나 거의 없애면서 펀드를 채권형과 주식형 등으로 펀드 투자 안에서의 분산투자만을 강조한다. 분산투자의 기본은 안전성과 수익성의 조화이다. 안전성을 판단할 때는 투자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원금 자체의 안정성이 확실해야 하는 것이다. 즉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품을 포트폴리오상에 배치하는 것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별 가정경제는 투자의 성과와 무관하게 반드시 돈을 지출해야 하는 재무사건들이 있다. 만일 투자 결과 적은 수준으로라도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재무사건을 빚으로 해결해야 하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혹은 투자성과가 플러스가 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당히 많은 보통 사람들은 투자를 통해 성과가 발생하게 되면 장래의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심을 높이게 된다. 때맞춰 투자환경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라면 장래 수익에 대한 기대심은 확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플러스의 투자차익을 실현하지 않고 장래 수익에 대한 기대심에 투자를 확대해 버린다.

상담 중에는 투자성과가 20%이상인 고객이 늘어난 자산을 재투자에 배분하느라 정작 자녀 대학 등록금과 중고차 교체를 마이너스 통장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접하기도 했다. 결국 투자 성과가 마이너스여도 빚이 발생할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플러스여도 기대심에 투자 실패 공식에 갇히는 오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투자위험은 알고 보면 투자수익의 변동성보다는 변덕스러운 투자수익으로 인해 갖게 되는 감정적 오류가 더 큰 위험을 몰고 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평범한 사람들의 재무상담 사례를 통해 펀드와 변액보험과 같은 투자상품 편중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조언은 개별 가정경제에서 발생할 현실적인 오류들을 무시하고, 해당 사례자의 투자에 대한 심리적 오류 가능성을 배제한 비현실적인 조언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필수 재무사건을 펀드로만 분산시키는 것은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안정성의 기준을 여전히 투자의 적은 변동성에만 맞추는, 무리한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재테크의 사례기사는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사례에서 강조되어야 할 재무사건들이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단순히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하면서 단기에는 결혼자금 혹은 내집마련, 중기자금으로는 교육자금과 장기 은퇴자금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재무사건들이 생애주기에서 대단히 중요한 재무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한 구분은 사건의 중대함과 예상되는 소요자금의 규모를 판단해 볼 때 준비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 결과적으로 재무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고수익을 달성해야 할 것 같은 투자의 불가피성을 지나치게 강조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례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상품을 떠난 돈에 대한 건전한 철학과 다양한 재무사건들을 예측해 보는 데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테크 사례 기사들의 질적인 구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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