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태와 정부에 대한 불신
[언론다시보기]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0.11.29 09: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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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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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느닷없는 포격으로 그간 정국의 뇌관 같았던 4대강과 대포폰 문제가 묻혀 버린 듯하다. 그러나 연평도 사태가 이명박 정권에 대해 전기(轉機)를 제공할 것 같지는 않다.
연평도 사태는 우리의 국방태세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우리에게 쏘아댄 만큼이라도 아군이 응사를 했더라면 “병역면제 정권은 할 수 없어”라는 식의 조롱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일 연평도 포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나마 우리 해병장병들이 생명을 걸고 대응포격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다.
우리 측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고 보는 보수단체는 지금이라도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몇몇 보수논객은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거나 이명박 대통령 찍은 팔을 잘라내고 싶다고 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은 평화유지의 틀을 깨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한 이명박 정권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신문의 논조에도 시각 차이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군의 안이한 태세와 우리 사회 내부의 ‘반(反)국가 세력’을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 경향 등은 북한을 비판하면서도 자제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親)정부 성향의 이른바 보수신문들은 연평도 사태에 대한 몰아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은 미 항모가 떠나면 4대강과 대포폰을 다시 다룰 것이다. 연평도 사태를 계속 써대는 것도 편집방향이고, 4대강과 대포폰을 크게 다루는 것도 편집방향이다. 하지만 연평도 사태와 4대강 및 대포폰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연평도 사태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북한이 우리 영토에 직접 가한 최초의 포격이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은 보수단체의 구호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국지적 공격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시점은 이미 지나버렸다. 북한은 우리 군의 즉각적인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간파하고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다.
북한은 이명박 정권이 취약하다고 보고 이번 사태를 일으켰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하천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 신문사에 종편 나누어 주는 일, 그리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터지는 온갖 비리 불법 의혹을 막기에 정신이 없다. 게다가 대통령, 국무총리, 국정원장, 한나라당 대표 등 집권 실세들이 국방안보 문제와는 체질적으로 맞지가 않는 병역면제자들이다.
집권세력이 이런 지경이면 국방문제를 보고해 보았자 귀찮은 존재로 취급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군과 정보기관에 팽배하게 된다. 군 당국이 북한 해안포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알았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사실은 이런 점을 웅변으로 입증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다수 국민이 더 이상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국가안보의 요체(要諦)라고 할 만하다. 남들이 다하는 병역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사유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의 최고위층에 자리 잡고 있다면 그 나라의 안보위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영토가 공격받아 대통령 등 정부의 수뇌가 지하벙커에 들어가 있는 심각한 상황이 한편의 시트콤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정부가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보위해(Security Risk)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의 국방안보 태세가 이렇게 된 데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평화무드에 젖었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병역면제 정권’이 들어섰으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인 셈이다.
‘국가안보’에 체질적으로 취약한 정권이 여당 내의 비판자마저 불법사찰을 하는 등 ‘정권안보’에는 유독 강했다. 하지만 ‘정권안보’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정상적인 국민은 이런 정권을 신뢰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권은 국가안보를 책임질 수 없다.
연평도 사태 같은 일은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에 대한 신뢰 같은 우리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점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