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재테크 성공담의 허울

[언론다시보기]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언론을 접하고 있으면 우리나라에 부자들이 대단히 많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몇 억을 가진 자산가가 흔하고 그 자산을 재테크로 운용해서 앉은 자리에서 부가 증식해 쉽게 돈 버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만 같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언론에 등장하는 몇몇 부자들 이야기를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 최고의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에 제 나름의 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현재의 재정 상태에 만족하며 사는 것은 삶의 중요한 에너지이다.

반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온 삶을 부정하게 될 때 극도의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종잣돈으로 큰 돈으로 불려왔다는 내용의 기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을 힘을 다해도 쫓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을 준다. 이러한 좌절감은 재무적 무력감으로 연결된다.

당장 힘들게 버는 노동소득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게 하고 매순간 어렵게 돈을 버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보통 사람들에게 월급날은 가장 큰 보람으로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극도의 무력감 속에서 자신의 소득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월급이 들어와도 각종 결제금으로 빠져나가고 남는 잔액이 얼마 안되는 가불 결제 시스템에 갇힌 경우가 흔하다.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중산층들조차 ‘월급노예’니 ‘카드노예’니 하는 소리를 씁쓸하게 할 정도이다. 월급날 즐거운 마음으로 소득을 확인하고 미래를 설계할 의지를 갖지 못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여기서 누군가는 계속적으로 자신이 증식되어 가고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무력감은 극에 달하게 된다.

‘나만 가난하다’는 박탈감이 노력해 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당장 중요한 자신의 재정관리를 손 놓게 만든다. 더 나아가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야 할 것 같은 투자 강박증을 갖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끼고 부동산 투자를 무리하게 해 왔다. 맹목적이고 무지한 상태의 펀드 투자 광풍도 빚어졌다.

영국의 정신건강학자 로저 핸더슨(Roger Henderson) 박사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돈 걱정 증후군’으로 발전한다고 했다. 돈 걱정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는 경제위기 이후에 생긴 것이 아니다. 세계경제가 활황이던 때 오히려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한다.

자산시장이 과열되는 시점이 바로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스트레스를 병으로 발전시킨다. 취약한 심리상태를 전제로 빚까지 내어 무리하게 뛰어든 자산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없다. 간절히 바라던 대로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상승해도 더 오를 것이란 생각으로 팔지 않은 채 쥐고 있다가 은행이자만 고스란히 부담하고 사는 하우스푸어가 늘어났다. 펀드 투자 전망이 낙관적일 때는 투자를 늘리다가 반토막이 나서야 공포심으로 팔아치우기도 했다.

이렇게 투자 실패의 공식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그나마 어렵게 번 노동소득을 각종 금융비용으로 까먹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국민총소득의 80%에 달하고 그 빚의 70%가 중상위 계층이 부담하게 되었다. 몇 억을 운용하는 부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산층의 상당수가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언론은 이러한 냉험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이다. 여전히 운이 좋았던 극히 드문 사례 몇 개로 사람들에게 경제적 콤플렉스를 양산하는 것은 상당히 잔인한 것임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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