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블로그 10년, 미디어 생태계를 바꾸다

[언론다시보기]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2001년 당시 국내 사용자들의 모임인 웹로그인코리아가 만들어지면서 확산된 블로그가 10년을 맞이했다.

블로그는 웹(Web)의 ‘b’와 일지라는 의미의 ‘로그(Log)’가 합쳐진 용어이다. 이 용어는 1997년 미국의 존 바거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블로그는 10년이 경과하면서 매우 친숙한 인터넷 서비스가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블로그는 폭발적인 사용 증가세를 보이며 누리꾼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메뉴가 되었다.

블로그가 널리 확산된 계기는 이라크 전쟁 때 21세기 판 안네의 일기라는 ‘살람팍스(Salam Pax)’라는 필명의 블로거(블로그 사용자) 때문이었다. 그는 전쟁 중 바그다드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일반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전 세계에 전송했다. 이것이 전 세계 누리꾼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국내에도 소개됐다.

블로그의 장점
이러한 배경을 가진 블로그가 짧은 시간에 급속히 확산된 것은 여러 원인이 있다. 첫째, 블로그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로그가 오늘날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인터넷의 특성을 잘 살린 블로그의 장점이 작용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이 정보를 생산, 유통, 소비할 수 있는 블로그는 다양한 영역의 방대한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

둘째, 기존 미디어와의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블로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언론은 정보 공급자와 수용자가 구분이 된다. 하지만 블로그는 인터넷을 창구로 상호작용적으로 정보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단기간에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셋째, 블로그의 네트워크 특성도 한 원인이다. 블로그가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게시판과 다른 점은 블로그에 올린 글이 다른 블로그 사용자들과 공유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블로그는 인터넷 게시판과 뉴스,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가 혼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종전에는 커뮤니티나 홈페이지를 방문한 몇몇 사람만 자신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블로그 사이트에서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이 블로그를 ‘1인 미디어’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지식권력의 변화, 인터넷 대안미디어
무엇보다 블로그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지식권력의 민주화에 있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지식생산의 주류였지만 블로그의 등장으로 일반인들의 힘, 집단의 지성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은 블로그가 만든 새로운 변화이다.

이로 인해 블로그를 활용하여 일반인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사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힘이 아닌 집단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권력의 민주화에 기여했으며 사회문제에 대한 의제설정 권한이 소수에서 다수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블로그 10년을 통한 변화는 인터넷이 대안적 미디어임을 다시금 확인해 주었다. 블로그는 자체가 미디어 기능을 하고 있으며 블로거들의 정보생산과 공유 활동은 기존 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블로그는 주류담론만이 아닌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대안미디어로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류언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소수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대안미디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블로그의 장점과 변화상은 기존 미디어가 제시하지 못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페이스북 방식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도 그 모태가 블로그에서 나왔음을 감안하면 그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이를 결합한 미디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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