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동산·주식투자 기사가 박탈감 부른다

[언론다시보기]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기사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사는 단연 연예인 관련 기사일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거의 매일 인기 검색어 1위가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는 연예인들 이야기는 재테크 혹은 소득이나 보유 자산에 관한 뉴스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신혼집을 어느 동네에서 차리게 되었는지 그 주택의 가격이 최소 몇 억에서 최고 1백억원대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혹은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승시기에는 어느 연예인이 주식으로 대박 수익을 챙기게 되었다는 기사, 모 스포츠 스타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는 기사가 주요 기사로 자주 등장한다.

가뜩이나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돈을 벌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박탈감을 준다.

그런 상황에서 주택의 가격이 얼마이고 주택의 형태와 보안 상태까지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보도를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애초에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이라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전세난이 가중되고 치솟는 물가로 가계부에 그늘이 지는 상황에서는 일부 연예인들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자산과 재테크 실적 자랑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이 좌절감이 재무적 무력감으로 연결된다. 자신이 버는 돈이 얼마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소득이 작기 때문에 관리할 것도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봉의 수준과 관계없이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은 조건반사처럼 이런 말을 뱉어낸다. “관리할 돈이 있어야지.”

말로만 돈 관리의 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이 얼마이고 매월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따져보지 않는다. 심지어 소득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어서 신용카드 대금 결제에 허덕이고 저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무력감을 떨쳐내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몇 억의 자산이 흔하게 거론되고 몇 억의 주택이 구매 당시보다 큰 수익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자신만 몇 푼 안되는 소득을 쪼개 지출을 따져봐야 한다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양산되는 일부 부자들의 이야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들의 지나치게 풍요로워 보이는 삶의 단면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비교하게 한다.

댄 그린버그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법’에서 “자신의 삶을 정말로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는 광고와 마케팅에 의해 매 순간 스스로를 가상의 것과 비교하는 삶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연예인들의 사생활 보도를 접하면서 자신의 삶이 이유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고 한숨짓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박탈감이 위험하고 무모한 재테크 정보에 쉽게 자극받아 묻지마 투자로 이어질 위험을 끌어안고 산다. 자산과 재테크 실적에서만 박탈감을 조장하고 끝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사들이 연예인의 패션과 피부관리, 타고 다니는 자동차까지 명품으로 치장하는 그들의 일상이 소개된다.

해외 스타 2세들이 입고 있는 옷과 장난감, 마시는 물까지 마케팅 소재로 동원하는 것인지 너무 자주 보통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좌절감과 박탈감은 사람들의 소비습관을 수동적이고 충동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신중하게 소비하는 모습을 지혜롭고 합리적인 소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쩨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동적인 소비를 하고 현금흐름이 왜곡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큰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내몰리게 된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상을 존경하게끔 하는 내용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어느 선진국에서처럼 기업의 임원들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회인식은 우리에게 아득해져 가고 있다.

별로 아름답지 않은 돈냄새가 가득한 연예인 혹은 사회지도층과 관련된 뉴스를 그만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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