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민주화운동과 인터넷차단

[언론다시보기]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전 세계적으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오만, 바레인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혁명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아랍발 민주주의 불길은 최근 수십년간 권위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왕정이나 일부 독재국가들에 심각한 정치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인터넷, 특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더욱 극적인 것이 발견된다. 2011년 현재 이집트는 2천만 명 정도가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SNS 중 가장 대중적인 페이스북(Facebook.com)은 전체인구의 약 6%인 5백만 명이 사용하고 특히 젊은 층의 사용도가 높다고 한다.

튀니지 역시 북아프리카의 빈국이긴 하지만 인구의 34%인 3백5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한국처럼 인구의 75%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 국가에서 인터넷과 SNS 사용자들의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이 집단행동을 위한 도구로서 무능한 독재정권에 대항하고자 하는 무기가 바로 인터넷이 된 것이다.

무의미한 인터넷 차단
한편 이집트에서 지난 1월 25일부터 단계적으로 반정부시위가 커지자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동영상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SNS와 인터넷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심지어는 문자메시지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시민들이 말할 권리를 모두 빼앗은 것이다. 이는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2007년에 국왕과 관련한 글이 게시되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인터넷을 차단한 태국의 복사판을 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집트 누리꾼들은 네트워크를 우회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했고 시위의 방법과 장소 등을 토론했다. 특히 알자지라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이 인터넷 차단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시위현장 사진의 저작권을 공유했고 이 사진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반향은 해외에서 시작되었다. 이집트의 유혈진압 과정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서 유포되자 전 세계의 여론은 무바라크를 버렸다.

유럽과 미국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무바라크의 진압을 비판하고 시민들과 대화를 촉구했다. 그리고 이집트 시민들도 정부의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키면서 더욱 격렬한 민주주의 요구를 시작했고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다시 인터넷과 SNS, 휴대전화가 복구되자 순식간에 시민들의 저항은 극에 달했다.

운동의 무기, 인터넷과 SNS
이러한 아랍의 독재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운동은 인터넷이 단지 시민운동의 조직과 동원의 기술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지지와 지원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내부적으로는 집단행동의 무기이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가능케 한다는 이원적인 효과가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외부확산효과는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의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과 이집트 출신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 심지어는 같은 아랍 국가의 이집트 대사관에서도 시위가 계속되었다. 이런 전 지구적인 저항이 조직된 것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의제의 외부확산효과’라는 장점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의 큰 장점은 기존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연재해와 독재정권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왜곡되었을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중국 쓰촨성과 아이티 대지진에서 그 위력은 드러난다. 여기에 권위주의적인 국가에서 언론을 통제하려할 때, 반대자들이 정치적 견해를 나누고 의사소통하는 데서 위력은 배가된다. 인터넷과 SNS는 이러한 정치적 지지자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아랍발 민주화운동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기존과 사뭇 다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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