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빗장을 열면 기회가 생긴다

[언론다시보기]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어느 방송사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뉴스미디어에 관한 강연을 갔을 때 얘기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 응답 시간이 되자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던 한 담당자는 대뜸 “SNS를 이용해서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나의 대답은 이랬다.

“정말 답답합니다. 온통 꽁꽁 닫아 걸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올리려면 ‘오픈’하세요.”

무슨 말일까? 국내 방송국들은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있다.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자체 웹사이트에만 걸어놓는다. 그것도 시청자들이 자신의 PC에 방송사마다 다른 고유의 플레이어를 설치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다시보기’를 하려면 회원가입을 한 뒤에 로그인을 해야 가능하다. ‘다시보기’까지 가기에 넘어야 할 문턱이 한 둘이 아니다. 겨우 ‘다시보기’에 성공했어도 ‘퍼가기’는 못하도록 틀어막아 놓았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작한 프로그램이니만큼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노력은 가상하다. 귀한 프로그램이니만큼 단단히 단속을 해서 함부로 퍼갈 수 없도록 지켜야 한다는 ‘곳간지기’ 책임감은 그러나 고정관념이다.

‘SNS+모바일 시대’, 즉 ‘소셜 모바일 시대’에는 어떨까? SNS 환경에서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지려면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공유’는 곧 ‘퍼가기’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유튜브’나 ‘비메오’ 같은 오픈 플랫폼에 걸려야 한다. 그래야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볼 수가 있다. 아이폰의 경우는 ‘유튜브’나 ‘비메오’가 아니면 어떤 플레이어에서도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방송사들은 ‘유튜브’를 경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프로모션 채널로 활용한다. ABC는 @ABCnews, CNN은 @CNN, Fox는 @FoxTV라는 유튜브 상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각 방송사의 TV 채널과 프로그램을 널리 홍보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주요 뉴스를 아예 통째로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고, 프로그램 예고편을 확산시키는 데 영리하게 활용한다. 행여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누가 프로그램을 퍼가서 유튜브에 걸지는 않나 꼬나보는 수준과는 영 거리가 멀다.

빗장을 열어젖히고 아예 ‘오픈’을 하면 오히려 기회가 생긴다. 지난 이집트 민주화 시위 당시 얘기다. 아랍권 방송인 ‘알 자지라’는 극적인 ‘오픈 정책’을 선보였다. 당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는 물론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조치를 내리자 알 자지라는 ‘오픈’으로 대응했다.

알 자지라는 자사 취재 기자들이 이집트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플리커(Flickr)’에 걸었다. 사진 공유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플리커에 운영하고 있던 자체 계정(@AljazeeraEnglish)에 모든 현장 사진을 저작권을 풀어서 게재했다. 사진의 출처를 밝히고 원본을 변형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마음대로 퍼갈 수 있도록 CCL(Creative Commons License)저작권을 적용해 모든 사진을 걸어놓은 것. 동시에 이집트 시위 현장을 담은 24시간에 걸친 생생한 취재 동영상을 역시 자체 유튜브 계정(@AljazeeraEnglish)에 거의 실시간으로 걸었다.

알 자지라의 현장 사진과 동영상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온 세계로 퍼져나갔다. 알 자지라는 인터넷이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도 이집트 시위 현장을 가장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알 자지라에 대한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건 당연하다. 마침내 미국에서는 알 자지라 영어방송 채널(Al Jazeera English)을 미국 케이블 방송의 기본 채널로 편입하라는 시민운동이 벌어졌다. 이것이 바로 소셜 모바일 시대 ‘오픈’의 힘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필자에게 SNS를 이용해 시청률 올리는 방법을 물었던 그 프로그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애써 만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예고편을 제작했다. 그 예고편은 본 방송 프로그램 틈틈이 광고방송 사이에 쪼개 넣어 송출하는 게 전부다. 그 예고편을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봤는지 알 수 없다. 그 시각에 그 방송 채널을 켜놓고 그 TV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던 시청자만이 볼 수 있다. 예고편이 방영되는 시간만큼 희생된 광고수익은 둘째 치자.

만일 그 예고편을 유튜브에 올려서 누구든지 퍼갈 수 있도록 열어놓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확산시키면 어떨까? 나아가 단순히 기존 TV방영을 염두에 둔 틀에 박힌 예고편 형식을 벗어나 하이라이트 중심의 재미를 갖춘 동영상 클립이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여기에다 프로그램 내용을 놓고 SNS 상에서 시청자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결과는 일부러 설명하기보다 상상에 맡겨도 될 것 같다.

그러니까 해답은 ‘오픈’이다. 방송사만이 아니다. 신문이며 잡지며 방송이며 할 것 없이 뉴스를 파는 모든 뉴스 미디어들에 재삼 당부하고 싶은 키워드는 바로 ‘오픈’이다. 소셜 모바일 시대 뉴스미디어들이여, 빗장을 열어젖히자! 열면 열수록 기회가 생기는 것이 바로 소셜 모바일 시대의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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