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언론다시보기]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6.06 11: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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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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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는 쉽다. 맞는 말이다. 계정만 만들면 금방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홈페이지를 전문으로 개발해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이유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계정만 만들면 된다. 이미 구축돼 있는 플랫폼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스스로 독자를 찾아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플랫폼이다. 홈페이지처럼 독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다. 매우 효율적이다.
소셜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건 이메일 계정 뿐이다.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몇 개든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소셜 네트워크 계정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은 여기에 있다. 진입이 쉽다 보니 운영도 너무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를 운영하다보면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를 실감하게 된다. 한쪽이 쉬워지면 다른 한쪽은 어려워지는 법. 양지가 있으면 반드시 음지가 있는 법이다. 워낙 진입이 쉽다 보니 운영에 적지 않은 노하우가 필요한 게 소셜 네트워크다.
언론사,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맡겨언론사들 역시 소셜 네트워크를 아주 쉽게 접근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분명히 새로운 뉴스 유통 채널이다. 시작도 간단하다. 계정을 만들고 뉴스 제목과 단축 URL을 전송하면 끝. 어려울 게 없다. 그래서 인턴기자나 심지어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맡기기도 한다. 신문 발행 시간에 맞춰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내기도 한다. 조금 발전한 경우는 제목과 단축URL로 그치지 않고 한마디씩 ‘쿼트(Quote)’를 달기도 한다.
일단 이렇게 시작했다 치자.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스 제목과 단축URL만 있는 트윗은 별로 재미가 없다. 또한 감성적이지도 않다. 재미와 감성은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들을 대접하는 중요한 속성이다. 뉴스 제목도 소셜 네트워크 용으로 한 번 더 터치를 해줄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재미와 감성을 담은 ‘쿼트’도 달아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축URL을 클릭해서 뉴스 본문을 보았다고 치자. 기존 언론매체가 생산하고 있는 뉴스는 일정한 스타일과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콘텐츠들은 판에 박힌 스타일이나 포맷을 갖고 있지 않다. 그 문체나 구성, 이야기 요소들이 극단적으로 다양하다. 심지어 말투마저 다르다. 그러니 기존 언론매체들의 뉴스는 ‘드라이’하게 느껴진다.
‘벌크뉴스’는 곧 스팸이런 뉴스가 한꺼번에 수십 건이 우르르 쏟아진다고 치자.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들에겐 ‘벌크’다. 그때마다 때맞춰 한 건씩 날아오는 스토리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덩어리로 날아와 자신의 타임라인을 뒤덮는 ‘벌크 뉴스’는 곧 ‘스팸’이다. ‘스팸’을 날리는 계좌는 트위터의 경우 팔로잉을 하지 않거나 아예 블록하기도 한다.
뉴스가 됐건, 스토리가 됐건 소셜 네트워크 상에 뭔가를 던지면 그에 대한 반응이 있다. 이 반응을 지켜보고 그 흐름을 파악하거나 특정한 반응에 대해 대응을 해주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의 본질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터넷 상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턴기자나 아르바이트 학생, 아니 신참기자들에게 소셜 네트워크 운영을 맡겨 놓아서는 해결되지 않는 본질이다.
신라호텔 한복사건 때 트위터계정도 없어가장 심각한 점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모든 독자들이 자기들끼리 아무런 제약 없이 특정 매체나 뉴스 한 건 한 건에 대해 스스로 의견을 나누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홈페이지 시대에는 독자로부터의 피드백이 해당 뉴스를 생산한 언론매체로 반드시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 환경에서 언론매체는 아예 끼어들 틈도 없이 독자들끼리 횡적으로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해당 언론사나 특정 뉴스에 대한 평가가 순식간에 끝나 버린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기억하는가? 신라호텔 한복사건. 트위터에서 가공할 속도로 확산된 이슈를 제때 대응하지 못하자 결국 국회에서까지 이슈가 되고 해외토픽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신라호텔은 트위터 계정조차 없었다. 결국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트위터 계정을 빌려서 사과 트윗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미 때는 지났다. 소셜 네트워크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자칫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