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언론 패러다임을 바꾼다
[언론다시보기]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8.22 09: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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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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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운영하고 있는가? 대답은 예외없이 “그렇다”일 것이다. 국내 언론사들의 경우 말이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보다 “아니다”에 가깝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SNS를 운영해서 어떤 효과를 보고 있는가? 이번에 대답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별 효과가 없다”거나 아니면 “오히려 부작용만 난다.”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는 엄청난 양의 뉴스가 유통되고 있다. 또 엄청난 숫자의 뉴스소비자가 몰려 있고, 그런 뉴스소비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SNS에는 그만큼 뉴스 수요가 많다. 기존 미디어가 흉내를 내지 못할 빠른 전파력을 바탕으로 날이면 날마다 강력한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욱이 발빠른 기업들은 매우 효과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현장이다.
SNS란 말만 쏙 빼놓고 생각하면 기존 언론사들이 주름 잡아왔던 바로 그 현장이다. 그런데 왜 우리 많은 언론사들이 SNS에서 맥을 못 추고 있을까? 이 황금 같은 새로운 뉴스시장에서 말이다.
언론의 SNS 기술적 대응이 문제먼저 ‘기술적’으로 보자면 언론사들이 SNS를 ‘기능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 운영 실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뉴스룸에서 생산된 뉴스를 인턴기자나 아르바이트 학생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꾹꾹 전송하는 것. 이렇게 기사 제목과 단축링크를 SNS에 포스트하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발전된 경우는 제목과 단축링크에 덧글을 달기도 한다. 많이는 기사의 주요 내용을 덧글로 붙인다. 여기까지.
이처럼 기능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SNS를 언론매체가 생산한 뉴스를 유통시키는 또 하나의 채널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인터넷이 처음 생겼을 때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곳에 뉴스를 척척 걸어 놓았듯이. 우리가 뉴스룸에서 생산한 뉴스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었으니 그걸로 할 일은 다했다는 매우 ‘당연한’ 발상이다.
SNS는 유통보다는 참여 공간이다. 기능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SNS 사용자들은 뉴스를 소비할 뿐 아니라 뉴스를 생산하는 이른바 ‘프로슈머’들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뉴스를 자기가 직접 써서 다른 SNS 사용자들에게 직접 전파할 수 있다. 기존 언론매체를 경유하지 않고 말이다.
이들이 보는 언론매체는 ‘나를 위해 뉴스를 생산해주는 뉴스미디어’라기보다는 ‘나처럼 뉴스를 생산하는 다른 SNS 사용자’다. 무슨 뜻일까? 언론매체가 보내준 뉴스나, 개인이 쓴 뉴스나 SNS 상에서는 같은 뉴스라는 말이다. 심지어 개인의 SNS 친구 수가 언론매체보다 더 많거나 못지않은 경우가 수없이 많다. 개인의 유통망이 더 넓다는 뜻이다. 더구나 개인이 쓴 뉴스가 언론매체 뉴스보다 훨씬 널리 전파되는 사례는 날이면 날마다 부지기수다.
SNS, 뉴스 유통도구 아닌 참여공간왜 이런 힘이 개인에게 주어졌을까? ‘기술적’으로 보자면 SNS를 통해 한 개인이 불특정 다수의 다른 사용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대화는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기술적인 데 그치지 않는다. 근본적인 힘의 변화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이 서로서로 아무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동안 소통의 경로는 언론매체라는 매스미디어가 과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SNS 환경에서는 매스미디어의 도움 없이 누구나 다수의 상대에게 뉴스를 전파할 수 있고 그 뉴스에 대한 피드백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 그것도 순식간에.
그러니까 변화의 핵심은 매스미디어 과점체제의 붕괴에 있다는 말이다. 과점적인 언론매체에 소속돼 있던 기자 역시 과점적인 권위를 누렸다. 이른바 ‘뉴스거리’를 정하는 일선 창구와 이를 뉴스로 쓰는 초기 생산 과정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 등장으로 소통의 경로가 모든 대중에게 활짝 열렸고 그동안 뉴스소비자에 머물렀던 독자들이 뉴스를 함께 생산하는 참여자로 변신했다.
SNS 시대의 독자들은 스스로가 기자들과, 아니 언론매체와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여긴다. 언론매체와 독자의 관계가 과점시대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이제는 수평적인 관계로 변했다는 말이다. 뉴스의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생산된 뉴스에 대해 모든 참여자가 매우 적극적으로 평판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관계 말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언론매체는 SNS에 더 이상 ‘기능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된다. SNS는 언론환경에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져왔고, 이는 전혀 새로운 행태와 문화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