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영역파괴시대 열렸다

[언론다시보기]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언론의 경계가 무너진다. 신문, 방송, 인터넷과 같은 매체의 경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언론이냐, 언론이 아니냐의 경계 말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 언론사가 아니던 사회주체들이 언론 기능을 직접 담당하고 나선다는 뜻이다. 사회주체란 기업이나 기관, 정부부처, 그리고 개인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짧게 말하자. 누구든지 언론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 욕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누구든지 자기의 뉴스는 자기가 직접 써서 자기 독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1년 전에 트위터의 개념을 ‘뉴스’라고 정의했다. 트위터 본사 케빈 다우 부사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자리에서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아니다”라면서 “트위터는 뉴스다”라고 천명했다.

그러고는 트윗을 입력하는 창 위의 메시지를 당초 “무엇을 하고 있나요?(What are you doing?)”라고 쓰여 있던 것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What’s happening?)”라고 바꿔 달았다. 문패를 갈아치운 셈이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뉴스를 쓰라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트위터에 올라오는 트윗은 하나 하나가 모조리 뉴스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이미 뉴스의 개념을 흔들어 놓았다. 페이스북을 처음 쓰는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사람을 영 헛갈리게 만든다. ‘뉴스피드’라면 ‘뉴스를 받아보는 곳’이어야 하는데 자신의 친구들이 올리는 모든 포스트가 줄줄이 나타난다.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가 보내는 뉴스를 기대했던 초심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자기와 친구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내주는 소식이다. 비단 언론매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자기의 소식을 직접 써서 자기의 친구들에게 바로 전달하는 ‘소셜 뉴스’다.

트위터, 페이스북 언론에 직접적 영향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은 그래서 직접적이고 근본적이다. 언론에 참여자가 무제한이다. 뉴스의 영역도 무제한이다. 한마디로 나에게 새로운 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모두 뉴스다. 뉴스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 분담도 무너진다. ‘뉴스 소비자냐, 생산자냐’가 아니라 이제 ‘뉴스 참여자’가 맞다.

뉴스 참여자의 수요는 이미 달라졌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기사보다는 1차 자료를 직접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필자가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뉴스 서비스 ‘위키트리’를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반값등록금 시위 도중 연행된 한 여학생의 속옷을 경찰이 탈의시킨 채 조사를 했다는 사실에 비난이 들끓었다.

당시 이와 관련된 기사가 잇따르는 중에 막상 트위터 상에 이른바 ‘폭풍RT’가 일어났던 문건은 문제의 조사를 담당했던 광진경찰서가 내놓은 해명글이었다. 광진경찰서장 이름으로 내놓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해명글에 대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관심이 폭발했고, 이를 계기로 논란이 잦아들었다.

이 같은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곽노현 교육감이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 발표 전문, 곽 교육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읽었던 최후진술 전문, 자살한 여자 아나운서와의 스캔들 파문 후 마운드에 복귀한 두산 베어스 투수 임태훈 선수가 공개한 사과문 전문, 한명숙 전 총리의 법정에서의 최후진술 전문, 역시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불출마 발표 전문이 대표적이다.

또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발표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발표 전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KBS2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차 하면서 내놓은 ‘하차의 변’ 전문, 지난 6월 방한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연설 전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의 사퇴 발표 전문 등도 있다.

이 밖에 성남시 의회 이숙정 의원의 폭행 사건 피해자 아버지가 성남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KBS 막내기자들의 성명서 전문, 12세 소녀 윤간 3명에 대한 수원지법의 무죄 판결문 전문,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판매 중단 이유 발표 전문, KBS 블랙리스트 파문 관련 방송인 김미화씨의 기자회견문 전문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이른바 ‘전문(全文)’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관련 기사에 대한 조회수나 트위터 RT 횟수와 비교하면 줄잡아 수십 배의 호응을 보인다. 독자들, 아니 뉴스 참여자들은 이처럼 ‘1차 자료’를 직접 보고 싶어하고, 그에 대해 직접 평가하고 코멘트한다.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언론매체의 ‘필터링’을 거쳐서 접했던 ‘전문’을 직접 보고 코멘트하고 있다.

수동적 뉴스 참여자들, 직접 뉴스 생산
이러다 보니 기존 언론매체가 아니었던 주체들, 특히 기업이나 기관, 정부부처 등 그동안 수동적이던 뉴스 참여자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뉴스를 생산·공급하는 채널을 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SMNR 서비스가 그렇고, 최근 문을 연 외교통상부의 ‘모팟 스토리(Mofat Story)’가 그 예다. 바야흐로 언론 환경이 그 경계가 무너지는 대격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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