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학교 사태와 도가니
[언론다시보기] 김보라미 변호사
김보라미 변호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0.03 1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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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미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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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는 2005년부터 전 이사진의 비리로 얻은 부패사학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해소를 위하여 약 3년간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서 2008년 5월 13일 한글문양의 세종UI를 새롭게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왔다.
하지만 2010년 주명건 전 이사장이 명예이사장으로 사실상 복귀하였고, 이 과정에서 제일 먼저 이루어진 것은 약 3년간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만든 한글문양의 UI를, 주명건 전 이사장이 개인특허를 가진 라틴어 문양의 UI로 전격교체한 것이다.
물론 세종대학교는 이러한 라틴어 문양의 UI를 거부하거나 한글문양의 UI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학내 언론활동에 대하여는 제재와 위협, 즉각적인 금지행위를 병행하였다.
세종대 내부의 일을 전혀 알지 못했던 내가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것은 최근 한 세종대 학생의 형사사건을 담당하면서부터이다.
그 학생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는 무시되고 재단의 의사결정과정이 주명건 전 이사장의 개인 의견대로 되어가는 현실에 큰 분노를 느꼈다. 상징적인 항의를 위하여 그는 학내 곳곳에 한글문양의 세종 UI를 래커로 표기했다. 세종대는 이 사건에 대해서 무척 분노하여 이 사건에 가담한 학생들을 재물손괴죄로 형사고소하였고, 이 사건은 기소까지 되었다. 1심에서 이 학생이 변호인 없이 홀로 변론을 하여 선고유예가 되자 검찰은 형이 너무 경하다며 항소하였다.
이 학생이 참으로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비슷한 일을 이미 고등학교에서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1994년 부패로 인하여 퇴출되었던 교장과 재단 이사장이 2000년 다시 학교에 복귀하려고 시도하여 그의 상문고 3학년 시절 학내 구성원들의 투쟁도 세종대에서 경험한 주명건 이사장 퇴진 운동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육환경에서 왜 학생들은 소외되고 무시되며 투쟁과 시위에 나가 그들의 외침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그들의 상식적인 외침과 주장이 점잖은 절차로는 해결될 방법이 참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종대 학생의 항소심 사건은 내가 강의하고 있는 어느 로스쿨 임상실무수업의 일환으로 학생들과 함께 공익소송으로 진행하였다. 로스쿨 학생들은 이 사건 항소이유서의 초안을 쓰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한 학생은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였으나 그 목적에 비해 수단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적법한 수단이 있음에도 항상 저런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제 글과 기록, 그리고 피고인의 의견서를 살펴보면서 피고인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내가 비리 고등학교를 나와 비리 대학교에 입학했다면,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 학교로 오지 않고 시위에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사건을 하면서 느낀 점을 밝힌 바 있었다.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하게 하고, 심야에 학내 곳곳에 한글세종 UI를 그리게 하고, 그 학생들을 다시 범법자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법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명건 전 이사장의 독선적인 업무진행에 불만을 품어도 세종대 학생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시위와 퍼포먼스 밖에는 없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학내 구성원인 학생은 단지 교육의 수범자 이상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교과서를 읽는 대상이 학생임에도 국가가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는 행위에 대해 헌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주체는 교과서를 만든 저자일 뿐 학생은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사실도 있다.
이 와중에 영화 ‘도가니’ 문제로 사람들은 형사처벌을 왜 강력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아우성친다. 과연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을까. 물론 전관예우는 이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사처벌의 문제에 앞서 왜 그리 쉽게도 학생들이 안전하지 못한 일상을 영위해야 했는지, 학내 부패를 폭로한 교사는 왜 파면되어야 했는지, 왜 비상식이 상식적인 주장들을 깔아뭉개며 활개쳐야 했는지 돌이켜보아야만 한다.
최근 상지대, 세종대 등 과거 부패사학을 대표하던 자들이 속속 복귀를 하는 모양이다. 수많은 교육기관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그들에게 공적의무의 근거가 되어야지 특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학교권력의 부정부패와 탈선을 보면서 제도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재단의 공적 의무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하고 그들의 권력행사가 탈선이 되어 나타나는 지점을 찾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제를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