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팔 걷어붙인 한나라당·경찰청·외교부
[언론다시보기]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0.25 20:54:59
|
|
|
|
|
▲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 |
|
|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더 키워놓았다. 이제 여야를 가리지 않고 SNS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통합 후보인 박원순 캠프는 일찌감치 SNS 선거운동을 천명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투표에서는 아예 ‘인증샷’을 미리 기획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 측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SNS에서 완연한 우세를 보이자 한나라당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나라당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을 대량으로 전송하는 것은 물론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새로 만들어진 당 홍보위원회는 SNS 총력전에 나섰다.
한나라당 홍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직접 글을 써 박원순 후보 측 공격에 나섰다. 최 의원의 글이 트위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자 ‘트위터 보수’들이 결집하는 양상마저 나타났다. “손학규 선배님, 차라리 탈당하세요”로 시작한 최 의원의 글은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관리와 관련해 최 의원과 나 후보 사이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 글까지 이어졌다.
이 글들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트위터리언들이 트위터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이 글들을 잇달아 리트윗하고,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지지자들은 비판의 댓글을 이어갔다. 진보 성향의 댓글이 지배하던 트위터가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정면으로 맞서 논쟁을 벌이는 장으로 변했다.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시작된 이 같은 현상은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상에서 이번 선거의 하이라이트는 보수 진영의 전면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기간 동안 트위터에는 또 하나 중요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바로 경찰의 등장이다. 경찰관들이 경찰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 검경 수사지휘권 갈등이 불거졌을 때 트위터를 통한 이슈 확산에 재미를 봤던 경찰이 아예 SNS 상의 소통에 적극 나선 것.
영화 ‘도가니’가 열풍을 일으켰을 때 ‘도가니’를 본 경찰의 입장을 진솔하게 쓴 글이 트위터에 퍼져나갔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비리 형사’로 그려졌던 실제 담당 형사가 트위터에 등장해 영화 속의 형사가 허구의 인물 설정에 불과하다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KBS TV ‘추적 60분’이 용역 깡패에 신음하는 철거대상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집중 조명했다. 경찰이 이 용역 폭력을 비호하는 듯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경찰은 SNS를 통해 적극 대응했다. 그 대응방식은 일방적인 부인이나 변명이 아니었다. “용역 폭력 문제, 경찰이 잘못한 부분도 있다”고 시인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찰청 트위터 담당자가 직접 나서서 “경찰청 트윗 담당자가 본 추적60분”이라는 글을 써 SNS 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경찰청 담당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용역 폭력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크게 확산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역시 적극적인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 기간 동안 외교통상부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SNS를 통해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해명할 것은 분명히 해명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가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외교통상부는 자체 소셜허브 사이트에 입장을 밝혔다. 그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했으며 현재 감사가 진행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이슈가 제기되면 지체없이 대응함으로써 이슈 자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일단락지어지는 효과를 올렸다. 외교통상부의 대응은 자체 소셜허브에 연동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것이었다.
한나라당 홍보위원회나 경찰청이나 외교통상부. 이들은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때를 놓치지 않고 직접 전파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련된 이슈나 의혹이 제기되면 다음 신문이 나오거나 방송 뉴스가 보도되기까지 속수무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 일쑤였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도 ‘리얼타임’으로. SNS 시대에 기존 미디어의 위상 변화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할 중대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