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으로 SNS에 자유를
[언론다시보기] 김보라미 변호사
김보라미 변호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11.02 15: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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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라미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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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 승패는 정해졌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간 수차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온 선거법의 문제점이 스마트미디어 하에서 심각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좀더 쉽게 실시간 정보의 유통·생산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또 그런 까닭에 모호한 선거법은 유권자들을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법의 문제 때문에 언제나 범법자가 될 가능성에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선거법이 오히려 선거운동과 참여를 방해한다는 문제제기는 비단 지금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불만, 불평이 있었음에도 이 법이 지금까지 잔존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까지도 국회가 전혀 선거법의 개정에 진지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기득권을 차지한 국회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인재들에 의한 선거참여와 유권자들에 의한 선거촉진을 바라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늘 떠드는 모양과 달리 선거과정에서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이미 정치세력을 형성한 사람들로서는 바라는 바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자 어떤 정당에서도 본격적으로 선거법에 대해 논의할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떤 정당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명망가를 모셔와서 홍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 양 이해하고 있다. SNS 명망가? 과연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가?
SNS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어느 기간 동안의 관계맺기를 통한 느슨한 형태의 ‘신뢰형성’에 있다. 이 신뢰형성은 인증기관이 인증서를 붙이거나 실명의 위계질서를 통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네트워크 형성 과정에서 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 발언을 통한 유대감과 신뢰감이다. 네트워크 형성과정에서 신뢰가 깨질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네트워크 관계는 단절되거나 보류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구태의연한 홍보성 정보들이 아니라 신선하고 가치있고 센세이셔널하며, 이해관계에 있는 정보들의 유통이 신뢰관계에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순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규제당국이 고민하는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정 역시도 빠른 속도로 함께 순환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유통·생산되는 정보의 좋은 점은 돈과 권력에 의하여 혼탁해져가고 있는 전통적 미디어 또는 유사 미디어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정보와는 차별적으로,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정보의 흐름이 더 이상 돈과 권력을 매개하지 않고도 신뢰관계에 의존하여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SNS 명망가나 홍보전문가가 아니라 이 네트워크 안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행동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보의 흐름과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근본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가치있고 의미있는 정보들로 행위를 한다면 그러한 정치인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명성, 신뢰는 SNS 안에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은 원래 유권자의 신뢰와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실제로 유권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지 자신들의 홍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정치가 아닌가? 즉 SNS는 단지 원래 정치가 해야 하는 방법을 촉진시켜준 방법에 불과할 뿐 그 내용을 채우는 정보들은 그 동안 우리가 구현하고 싶었던 정치, 바로 그것이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비록 현재 선출된 공직자를 반대하는, 또는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없던 사람들의 의사를 토론과 논쟁과정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또 선거를 통해서 정책으로 채택되지는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발전하는 논쟁을 통해 아직 미약한 소수의견들의 희망들도 엿볼 수도 있을 것이고, 종북좌파 척결만이 지상과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옛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변화를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공적 주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과 관련된 정보들은 또 다음 선거에 대담한 정책을 가지고 나올 유권자 친화적인 후보자를 꿈꾸게 할 수도 있다.
이제는 내년 총선과 관련된 정보들이 원활하게 유통·생산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서 더 대담하고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신뢰관계를 통하여 생산·유통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울 때다. 선거법이 필요하고도 의미있는 정보들의 흐름을 왜곡하고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