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북자 체포 북송 위기

제25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2012년 2월. 중국 내 탈북자들은 대량 탈북사태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허약하게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탈북을 체제 위협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북송된 사람들 중 일부는 정치범수용소조차 보내지 않고 아예 감옥에서 말려죽이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북송된 경우엔 어린 자녀들까지 이런 식으로 죽어갔다.

한국행을 시도하지 않은 경우에도 교화소에 보내 3년 형을 살게 했다. 교화소에서 3년 생존 확률은 반반 정도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인 중국은 1월 말부터 북한 체포조까지 불러들여 중국 내 탈북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해 북송시키기 시작했다. 단순 탈북자들을 몇 달간 노동단련대에 보내던 4~5년 전에 비하면 체감하는 처벌 강도와 체포 위기는 몇 배로 커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말로만 ‘조용한 외교’를 외칠 뿐 탈북자 문제에 있어 수년째 ‘조용한 방관’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행 탈북자 12명이 2월 8일 선양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간차를 두고 한국행 다른 팀들도 체포되기 시작해 12일에는 모두 31명의 탈북자가 체포됐다. 중국 공안이 한국행 일행에 스파이까지 심어놓으면서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의 결과였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한국행 탈북자 대량 체포였다.

기자는 체포된 탈북자들의 명단을 입수했지만 보도를 유예하고 엿새를 지켜보았다. 탈북자가 체포되면 물밑 교섭을 통해 석방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진 정세 속에선 1인당 석방대가로 10만 위안을 제시해도 중국 공안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들이 20일 북송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를 심각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전 세계에 고발하고 강제북송 반대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본보는 14일자 1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호소 편지를 계기로 한달 넘게 여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다.

개인적으론 이번 보도가 사실상 실종 상태였던 정부의 탈북자 외교를 부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정부가 앞으로 강온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보다 많은 탈북자들을 구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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