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욕설 기자? 풍자와 조롱 의미 무시"

"사과했는데 해고 강행"…KBS 최경영 기자 밝혀

“나를 ‘저질 욕설 기자’로 만들고 있다.”

김인규 사장 등 경영진에게 비방과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전격 해임된 KBS 최경영 기자는 “(사측이) 내 발언에 담긴 풍자와 조롱의 의미를 무시하고 ‘욕설 기자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 기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풍자와 조롱이 아닌 ‘생짜 욕’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했다. 그러나 맥락을 무시하고 나를 ‘욕설 기자’로만 몰아가는 것은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KBS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 20일 “공개된 자리에서 임원을 향해 ‘야 XXX 같은 새끼야’와 같은 욕설을 내뱉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 등은 취업규칙 제5조 ‘품위 유지’ 조항을 심각한 수준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최 기자를 전격 해임했다. KBS 홍보실은 이후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가 된 최 기자의 욕설 발언을 집중 부각시키며 “저질 욕설의 수준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언어폭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최 기자는 “‘강아지’, ‘쥐새끼’ 같은 표현은 MB정부와 언론 탄압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담은 것”이라며 “그런 발언까지 맥락을 바꿔놓고 쌍욕으로만 몰아가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워싱턴포스트가 이명박 대통령을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lap dog)에 비유한 예를 들며 “‘애완견’은 정권에 충성을 바치는 언론인에게 많이 쓰는 표현”이라면서 “그 정도가 욕설이라면 언론 자유를 말 할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 기자는 욕설 발언에 대해 이미 사과했는데도 사측이 징계를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일 인사위가 열리기 전날 서면 진술서를 통해 인사위 불참 의사를 밝히며 우리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 얘기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거친 욕설을 한데 대해서는 변명할 생각이 없으며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미 서면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해고 결정이 나온 후에도 공개 사과에 대한 압박은 끊이지 않았다. 최 기자는 “해고 후 간부들이 전화를 걸어 코비스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사과 글을 올리면 사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사장에게 사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자기한테 전화해 달라더라. 자신이 원하는 보직으로 가기 위해 해고된 후배한테 그런 얘기까지 하는 거다”라고 혀를 찼다.

20일 이뤄진 중앙인사위의 해임 결정은 2주간의 재심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 기자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면 추후 해고 무효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다음달 4일 전까지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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