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와 김정은, 본질의 문제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대선 경선을 선언한 새누리당 5명과 컷오프를 통과한 민주통합당 5명, 그리고 인터뷰책 발간으로 사실상의 대권 도전에 나선 한 명 등 11명의 잠룡이 벌이는 대권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막판 이변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박근혜와 안철수의 대결구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언행은 한 국가를 이끌어갈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대부분 본질을 천착하지 못한 흠집내기이거나 지엽적인 지적에 불과하다. 이들 유력 대권주자의 본질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먼저 현재 여론조사 부동의 1위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사실 그를 아버지 박정희와 연계해 ‘독재자의 딸’이라는 구도로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은 야만적이다. 그로서도 억울하다.

하지만 그가 지난달 16일 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로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발언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의 발언은 5·16 이후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에 들어가 오늘날 이만큼 살게 된 것 아니냐는 결과론적 긍정론에서 부친과 자신에게 드리우는 독재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엄청난 실책을 범했다. 우리의 고도성장이 노동착취 등 노동자의 희생 위에 이뤄진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부친의 헌정 질서 파괴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만약 박근혜 의원이 12월 대선에서 당선돼 내년 2월25일 18대 대통령에 취임할 경우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취임선서다. 헌법 제69조에 따르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로 이어진다. 부친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방어하면서 자신은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한다? 국민은 과연 어디에 신뢰의 무게를 둬야 할까?

책 출간으로 사실상의 대선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는 한 마디로 비겁한 경우다. 그는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고도 박원순 변호사에게 ‘통큰 양보’를 함으로써 일약 정계의 신데델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후 그는 무대 뒤에 숨어 정국이 돌아가는 판세를 즐기면서 출마를 저울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안철수 진영에선 이걸 전략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걸 과연 전략으로 봐 줄 수 있을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경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그런데 지지율 2위를 확보하고 있는 강력한 잠룡은 연예 프로그램에나 나가서 유유자적 놀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 참여할지 여부도 스스로의 결정보다는 “분위기에 떼밀려 그렇게 될 것 아니냐”는 선문답(‘안철수의 생각’)으로 에둘러 가고 있다.

안 원장은 스스로 즐기는(?) ‘신비 마케팅’이 이제 약효가 다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부간의 선언을 조속히 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스스로로 떳떳한 일이다. 언론들은 안 원장이 그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불공정 게임을 즐기는 행태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춤추는 지지율의 경마식 보도에 몰두하고 있다.

북쪽의 스물여덟살짜리 지도자에 관한 보도 역시 본질을 비껴간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김정은이 관람한 최근 모란봉악단 공연에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 미국 만화영화 캐릭터 복장을 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백설공주’와 ‘덤보’,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 유명 영화를 무대 배경으로 해 펼쳐진 것을 놓고 북한의 개방성 가능성을 기대했다.

심지어 김정은이 스위스에 유학을 해 국제감각이 있으며 요즘 현지지도 석상에서 ‘세계적 추세’를 자주 언급하는 것을 북 언론이 자주 보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서방언론은 분석했다.

그런데 언론이 지나친 게 있다. 과연 모란봉악단 공연에 등장한 디즈니 캐릭터와 ‘록키’ 등 영화의 배경음악은 캐릭터 사용료와 음원 사용료를 제대로 지불하고 쓴 것일까? 대금을 지불했다고 해도 그것이 대수가 모인 공연장에서는 쓸 수 없다는 국제 저작권법을 알고도 쓴 걸까? 그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인가? 그렇다면 김정은은 진정 국제감각이 있는 자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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