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시장의 빅브라더, 포털
[언론다시보기] 주정민 전남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8.29 14: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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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민 전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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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뉴스시장에서 포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2011년 한국언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사람들의 86.5%가 포털을 이용했고 기존 언론사 사이트를 찾아서 이용한 경우는 8.0%에 불과했다. 포털이 인터넷 뉴스의 주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종이신문 등 기존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신문이나 TV와 같은 전통매체보다는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포털이 인터넷의 관문이 되면서 신문사 등 언론사는 뉴스 콘텐츠 유통을 확대하기 위해 포털에 적극 기사를 제공했다. 포털은 언론사의 뉴스를 종합하여 제공했고 이용자들은 편리하게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포털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도 뉴스 생산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포털은 초기에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받아 자신들의 뉴스가치에 따라 게재 여부를 결정하고 뉴스 제목 등을 수정하는 등 게이트 키퍼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포털의 과도한 뉴스편집 기능에 대해 비판이 일면서 그 기능을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로 넘겼다. 현재 포털은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언론사를 선별한 후 그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받는 순서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뉴스를 최신 뉴스로 제공하기 위해 한번 제공한 뉴스를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해 기사로 올리고 있다. 이용자들의 뉴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뉴스 제목을 선정적으로 바꾸고, 때로는 뉴스제목에 부합하기 위해 뉴스의 내용을 바꾸기도 한다. 클릭 수와 광고를 의식하여 흥미 위주의 뉴스를 거리낌 없이 올리는 경우도 많다.
포털의 뉴스제공 방식에 의해 뉴스가 연성화되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포털 뉴스기능의 영향력 때문에 스스로 콘텐츠의 질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자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언론사의 영향력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포털의 뉴스제공 방식으로 언론사의 뉴스기능이 왜곡되고 있지만 포털은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언론사로 돌리고 있다. 자신들은 포털 이용자들과 언론사 간의 매개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포털은 단순한 뉴스 매개자가 아니라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포털은 사이트 구성의 한계로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제공할 수 없어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의 경우 96개의 언론사와만 제휴하여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언론사와 같은 소수언론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혀 있다. 이 때문에 포털이 사실상 여론시장의 창구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털이 언론사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순서로 게재하면서 뉴스가치의 비중이 불투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포털은 맥락이 다른 뉴스를 무작위로 배치해 ‘뉴스 가치의 랜덤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뉴스의 경중을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파편화된 정보로 세상을 이해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특정 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 여론과 정보의 집중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정 포털의 인기검색어 상위에 오른 의제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이에 대한 기사를 해당 포털을 통해 뒤져서 이해하는 방식의 여론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정보제공 분야에서 거대한 빅브라더가 존재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반론의 여지를 찾을 수 없다. 정보제공과 여론형성의 매체로서 포털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미디어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 공적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인터넷의 관문 기능에 불과하므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포털의 위상을 볼 때 어떤 형태로든지 여론시장에서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