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출판기념회가 왜 잦을까?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9.05 15: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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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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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예전에는 문인들이 주로 했는데 요즘은 정치인들이 많이 한다. 경남은 더하다. 도지사 선거가 보궐로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예상자가 스무 명을 웃돈다. 3일에는 박완수 창원시장이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 창원시장 보궐선거까지 함께 하는 수도 생기겠다.
이런 가운데 도지사 보선 예비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한 새누리당의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8월 29일 창원 한 호텔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하 예비후보는 독특하게도 그 날 두 가지 책의 출판을 한꺼번에 기념했다. ‘오늘도 탑을 쌓고 2’와 ‘우리나라 식량안보 어떻게 할 것인가’가 그것이었다. 모인 사람이 무려 3000명 안팎이었다는데 이는 나흘 전 치러진 이학렬 고성군수의 출판기념회에 모인 2000명 남짓보다 1000명이 많은 숫자다.
그렇다면 두 번 출판기념회에 5000명이 모인 셈인데 출판기념회를 여는 주인공들이야 많이 모일수록 좋겠지만 인정상 또는 여러 사정상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서는 조금 피곤한 노릇이기도 하겠다.
이런 출판기념회가 줄줄이 열리게 생겼다. 12일에는 도지사 보선 출마 예상자인 조윤명 특임장관실 차관이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산을 넘으면 평지가 생긴다’가 책 제목이다. 앞에 말한 박완수 창원시장도 16일 ‘명품도시의 창조’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치른다.
유권자들 관점에서 보면 이런 출판(기념회)이 앞으로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된다는 점에서 좋다. 그리고 출마 예상자로서는 지지세를 끌어모아 내보일 수 있어서 좋고, 또 책을 팔아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도 좋겠다.
그런데 이런저런 연유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해당 정치인이 직접 글을 쓰지 않았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다들 조금씩 짐작은 하지만 입밖에 내놓지는 않는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가 여기 있다. 지난 총선 때 출마하면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한 정치인이 자기 책을 두고 “이거 내가 직접 썼다”고 아주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시는 자기 책이라면 자기가 쓰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그 정치인의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두 달 뒤에 알게 됐다. 현직 도지사로 있던 한 정치인이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고 그랬는데, 그 정치인은 도지사에 당선되기 전에도 후에도 “임기 동안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블로그에다 “도정에 전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매우 바쁠 텐데 어느 겨를에 책까지 쓰느냐”는 요지로 비판하는 글을 썼고, 그랬더니 며칠 뒤에 그 정치인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전화를 걸어와 말한 바가 있었다.
“요즘 어떤 정치인이 책 내면서 자기가 직접 쓰느냐? 다 대필이다.” 이런 요지였는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책에 담긴 내용들이 모두 거짓부렁이거나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 이름을 걸고 내는 책이니 나름 신경을 썼을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정치인들이 책을 낼 때는 자기가 몸소 썼는지 아니면 대필했는지를 밝히도록 하면 어떨까? 그리고 신문·방송 같은 매체에서 보도할 때도 대필 여부를 함께 취재해 기사로 쓰면 좋지 않을까?
또 한 가지, 어쩌다 이런 출판기념회를 거쳐 유통되는 책을 읽게 될 경우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까? 거기 담긴 정책이나 철학은 일단 아닌 것 같다. 사실 정책이나 철학은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대동소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거기서 여태 살아온 자세나 태도 같은 것을 읽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살아온 자세를 보면 앞으로 살아갈 태도를 알 수 있다. 지난날 거짓말을 밥 먹듯 한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그렇게 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사람이나 세상에 대한 진정성을, 그런 자세나 태도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늠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