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여사와 명품연설

[스페셜리스트│국제]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국제국에 근무하다 보니 미국 대선전을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금은 굳이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후보들의 연설은 유튜브를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모처럼 영어 공부 겸해서 한번쯤 정견이 압축된 연설을 들어보실 것을 강추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미 공화·민주 전당대회 연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찬조 연설이었다. 앞서 열린 공화 전당대회에서 앤 롬니 여사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관련 기사를 쓴 까닭에 미셸은 어떨까 자연 관심이 쏠렸다. 현지 언론은 롬니 여사가 아이 다섯을 둔 엄마로서 분투와 롬니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며 ‘홈런’을 쳤지만 미셸 여사도 ‘엄마 대장’(Mom-in-Chief)으로서 재선에 나선 대통령 남편을 잘 옹호하며 거드는 ‘만루 홈런’을 쳤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굳이 연설에 대한 호불호와 누가 더 잘했느냐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미국의 정치문화가 역시 우리보다 앞서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 후보 부인들의 이 같은 ‘막강’ 찬조 연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은 과문인지는 몰라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의 역사가 불과 수십년으로 일천하고 미국은 건국과 함께 고스란히 200년 이상의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래도 현재 진행되는 대선이라는 정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이 잘하는 것은 마땅히 배워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를 경선을 통해 뽑았다. 민주당은 목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언론의 초점은 안철수 원장에 더 쏠려 있다. 전당대회를 놓고만 봐도 미국은 당 중심으로 대선이 전개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리도 물론 경선에서 잠룡들도 선보이지만 미국 전당대회와 같은 집중도와 얼굴 알리기 효과는 없다. 이번 새누리당 경선 자체가 일찌감치 박근혜 후보의 승리가 예상돼 싱겁게 끝나기도 했지만 마지막 후보 수락도 김이 빠지고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줬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장외 후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했을 경우 다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는 ‘중간 과정’밖에 안 된다는 인식이다.

이번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는 남동부 끝자락 플로리다 탬파에서, 민주당도 역시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치러졌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 전대는 서울에 바로 인접한 고양시 킨텍스에서 이뤄졌고 민주당도 역시 고양시에서 치러진다. 모 워싱턴 특파원 출신 기자가 책에서 제안한 것처럼 우리도 지방에서 전당대회를 돌아가면서 치러야 그 지방도 부각하고 우리 정치의 서울 편향성도 깨뜨릴 수 있다고 본다.

2012년은 동북아 주요 국가들의 정권교체기라고 해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으로 아들 김정은이 들어섰고, 러시아에는 역시 예상대로 푸틴이 3선 대통령으로 복귀했으며 중국은 올 가을에 중국판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10년을 이끌 지도부를 인준한다. 일본은 총리가 거의 1년 걸러 바뀌는 가운데 최근 독도·센카쿠 분쟁 등으로 우경화가 더 우려된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아직 뽑기가 진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나라의 지도자로 선출하느냐지만 역시 어떻게 뽑느냐도 민주주의에서는 못지않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이번에 우리의 선거 문화를 한 단계 진척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 발돋움하는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도 전당대회에서 명품 연설 좀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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