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왜들 이러는 걸까요?"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선 후보 세 명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연일 낱낱이 중계된다. 후보와 참모들은 공약이라는 포장으로 비전을 역설하기도 하고, 후보 검증이라는 포장으로 상대 후보에 대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대선 관련 언론의 본령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가장 훌륭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그것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 호(號)’를 조타(操舵)할 선장을 제대로 뽑느냐 아니냐는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본령은 어디 팽개쳐두고 특정 후보에 대한 훈수나 흠집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정 매체나 특정 필진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배척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심판자를 자임하는 언론 스스로가 공정 대신 편파의 추(錐)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8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 ‘김진의 시시각각’을 보자. 칼럼 제목은 ‘이런 새누리당이 권력 잡을까’다. 제목만 보면 작금의 새누리당 행태를 비웃는 듯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콩가루 집안이 되어가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우국충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근혜가 “다시 뛰자”고 호소한 다음날 소속 의원 10여 명이 골프를 친 것이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다가오는 가혹한 운명의 서곡(序曲)일지 모른다’고 경고하는가 하면, ‘검사 출신 공보위원이 안철수의 출마선언을 당겼을 것’이라는 추론까지 낸다. 문재인 캠프가 공고하게 뭉치는 모습을 오버랩하더니 이러다 ‘박근혜도 이회창 짝 날 것같다’는 전망을 낸다.

하긴 김진 논설위원은 일주일 전엔 ‘문재인, 어두운 역사관’에서 경선 13연승의 그를 상찬하는 듯 하더니 ‘성장만을 외치며 달려오는 동안 특권과 부패, 독선과 아집, 갈등과 반목만이 만연됐다’는 문재인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아 그가 괜찮은 대한민국을 흠집내고 있고, 북의 악을 모른 체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2주 전엔 ‘박정희 독재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개인적 탐욕이 없는 애국독재’요, ‘상대적으로 사람을 덜 죽인 무혈(無血) 독재’였다고 두둔했다. 이쯤 되면 거의 박근혜 후보의 호위무사쯤 되는 수준이다.

조선은 사설을 통해 특정 후보 죽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자 사설 ‘안철수 후보, 말과 실제가 왜 이렇게 다른가’를 보자. 안철수에 이어 부인 김미경씨도 아파트 매매 시 다운 계약서를 쓴 사실이 드러난 것과 안철수가 1993년 6월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려 작년 서울대 교수로 채용될 때 연구 업적으로 제출한 학술 논문에 대한 ‘무임승차’ 논란을 묶어서 그를 흠집낸 것이다.

평균 시청률 1.0%를 밑도는 종합편성채널 역시 모기업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채널A는 지난달 13일 ‘뉴스A’에서 기자가 안철수 후보의 룸살롱 출입 루머를 검증한다며 현장을 찾았다 허탕치고 돌아서는 모습을 방영했다. JTBC와 TV조선은 대선 정국을 초등학교 회장·반장 선거에 비유하며 안 후보에 대한 소문을 증폭시켰다.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행태는 기득 세력끼리의 공고한 ‘순망치한’ 유지를 위한 눈물겨운 방어술이니 그렇다 치자.

안철수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혹 떼려다 혹 붙이게 된 MBC의 경우는 어처구니없을 뿐 아니라 생뚱맞기까지 하다. MBC는 지난 1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단독이라며 ‘안철수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후 곧바로 안 후보 측의 반박과 비판이 나오자 다음날도 ‘볼츠만 곡선 유도식’에 대괄호가 빠진 대목조차 후배 논문과 같다며 재차 표절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같은 지상파 방송인 KBS와 SBS는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표절 의혹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자체 판단이 나왔던 것.

네티즌들이 즐겨보는 ‘뉴스타파’가 지난달 15일 내보낸 박근혜의 23년 전 인터뷰 동영상 역시 대선과 관련해 공정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 그의 지금 생각과 발언이 문제지, (지금보다) 철없던 시절 뱉은 말을 갖고 문제삼는 건 신사답지 못한 태도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연한 분노만 일으킬 위험성도 있다.

그보다 정말로 중요한 것. 새누리당이 거부한 투표시간 2시간 연장을 전 언론이 나서서 캠페인을 벌이는 건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몇백억 원씩 써도 달성하지 못할 투표율의 획기적 제고를 위한 실효적 방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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