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북한의 미래?
[스페셜리스트│국제]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1.14 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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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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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역사를 다시 썼다. 최초의 흑인 재선 대통령으로 4년을 더 이끈다.
사실 이번 미 대선을 놓고 세계인이 투표한다면 이미 당선자는 오바마였다. 세계화 시대에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더 이상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웃 중국에서 시진핑을 비롯한 제5세대로의 지도부 교체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집무를 시작하면서 그의 첫 순방국이 관심을 끌었다. 바로 동남아 미얀마다. 미얀마가 어떤 나라인가. 근 반세기 동안 군부 독재 치하에서 약 20년 동안 거듭된 가택연금에 처한 아웅산 수치 여사의 인내와 바람 끝에 드디어 민주화 행보를 내디딘 국가다. 2008년 사이클론이 휩쓸어 14만명 가까이 희생되고 소수민족과의 간헐적 무력충돌로 바람 잘날 없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역사란 지나고 보면 긴 세월도 한순간인 듯하다.
미얀마가 언제 세계에서 고립된 불량국가였나 싶게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도 앞다퉈 자원 부국, 새롭게 떠오른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얀마는 북한과 핵개발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전두환 정권을 겨냥한 북한의 랑군 테러로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뿐 아니라 캄보디아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찾는다. 클린턴 국무장관도 수행하며, 앞서 패네타 국방장관은 호주, 캄보디아 등을 쭉 돈다. 초기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reset)을 주창한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로 중심축(pivot to Asia)을 옮긴 것은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작금의 ‘수퍼파워’이고 중국은 다가올 ‘수퍼파워’로 주목받는다. 미국은 중국에 협력과 봉쇄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냉전 시대 구소련 견제에 미국은 중국과의 전격적 데탕트를 써먹었다. 탈냉전과 함께 구소련은 가고 중국이 떠오른 지금, 베이징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비롯한 중국 주변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에 중국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텃밭으로 간주되던 곳이 어느덧 미중간의 뜨거운 구애 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미얀마 등은 이를 통해 투자와 기업 유치를 하는 등 자국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미얀마를 보면서 북한의 미래가 오버랩된다. 이미 핵을 가진 나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인권 억압이 심한 나라라는 오명을 가진 북한도 미국과 수교를 맺고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되며 너도 나도 동북아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투자 보따리를 들고 뛰어들 그런 날이 올 것인가? 북미 간 깊은 불신 등을 고려할 때 상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역사는 상상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때로 상상력과 꿈에 추동되기도 한다. 오늘의 오바마 대통령을 있게 한 건 반세기 전 ‘내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외친 마틴 루터 킹 목사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 전 취임했을 때 한국 진보 진영에서는 북미 관계의 개선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하의 남북 대결구도 속에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 더 무게중심을 실었다. G20의 일원인 한국의 국제·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공(功)아닌 공’이 있다 하겠다.
오늘날 변화된 미얀마에는 수치 여사가 있었다. 북한에는 그런 민주화의 상징이 없다. 그러나 북한에는 ‘민주화 된’ 남한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의 미래는 6자회담 참가국 중 올해 막바지에 치러지는 대한민국의 대선 결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