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선배 없기를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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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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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9월14일 열린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은 그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최규홍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년6월과 추징금 6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전 위원장이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과 관련, 거액을 수수해 사안이 중대한 점과 다른 한편으로 실제 알선행위가 있었던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1심의 양형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고향 후배 이동률씨와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로부터 2006년 7월부터 1년간 매달 5000만원씩 6억원, 2008년 2월 2억원 등 총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된 바 있다.
기가 막히는 것은 항소심에 앞서 최시중의 변호인이 피고가 고령인 데다가 지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든지 대폭 감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던 것. 물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신병을 내세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꼼수는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4월 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5월 심혈관계 수술 일정을 잡아 놓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2주 동안 외부 병원에 머물러 세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MB정권 초기부터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영일대군’(迎日大君)과 쌍벽을 이루며 국정을 농단해오다 영일대군보다 먼저 감옥문을 들어섰던 ‘MB의 멘토’라는 그다.
그에겐 파이시티 건 말고도 수다한 비리의혹이 켜켜이 쌓여 있다. MB 집권 초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등과 수시로 만나 KBS, MBC, YTN 등의 장악을 위한 ‘낙하산 사장’ 낙점을 주도했던 심증이 짙다. KBS 정연주 전 사장 교체를 앞두고는 야당 의원들에게 “(차기 사장을) 내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는데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라고 천기누설을 하기도 했다. ‘KBS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에도 참석해 물의를 빚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까지 이들 방송이 파행을 겪고 노사 간, 선후배 간 갈등을 겪게 된 단초를 제공한 주범이 최 전 위원장이다.
그런가 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개 보수종합지와 1개 경제신문에 대한 종합편성채널 인허가 선정과정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 1~2개 정도를 인가하겠다고 했다가, 계속해서 말을 바꾸더니 결국 무더기 허가로 귀결됐다.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얻은 양 축배를 들었던 4사가 개국 1년을 맞아 그것이 독배였음을 깨닫고 땅을 치겠지만, 아무튼 인허가 과정은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져야 한다.
언론계의 대선배가 방송과 신문을 넘나들며 농단을 부려 한국 언론계를 쑥밭으로 만들어버린 죄가 크다. 그의 행적에 분노하는 언론계 후배가 적지 않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국가 아닌가. 미제의 비리의혹은 물론 의욕적인 국회와 새로 나기를 시작한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 전 위원장의 공직 등장과 승승장구,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 비리 의혹 제기, 구속 수감,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이분이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했다.
영일대군과 동향(경북 포항)에다 서울대 57학번 동기인 것은 대체로 알려진 이력. 사회경력은 동양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바로 동아일보로 이적해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을 지냈고, 이후 10여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을 지냈다.
동아에 현직으로 있거나 동아를 떠난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최시중 선배는 어떤 분이었느냐?”고.
대부분의 답은 이랬다. “그리 존경스러운 선배는 아니었다.”
폴리널리스트(Polinalist)가 다 나쁜 건 아니다. 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기자 시절부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반드시’ 사고를 치게 돼 있다. 더 이상 이런 선배가 나오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