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언론의 공통점과 차이점
[스페셜리스트│법조] 심석태 SBS 기자·법학박사
심석태 SBS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19 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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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석태 SBS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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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임기를 두 달여 남겨놓은 지금, 언론과 검찰을 생각해본다. 둘 다 지난 5년 동안 만신창이가 되었다.
사회 현안을 보도해야 할 언론은 지난 5년 내내 스스로 사회적 현안이 됐다.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언론사들이 5년 내내 홍역을 앓고 있다. 어느 정부나 우호적 언론 환경을 만들어보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건 계속 봐왔던 일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 때 언론 편가르기가 심해졌다는 지적에도 대체로 동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지난 5년 동안의 언론판은 전쟁터 그 자체였다. 아예 언론 전체의 구조를 통째로 바꿔버리겠다는 발상의 무지막지함이 벌여 놓은 난장판은 임기 막판인 지금도 수습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검찰의 사정도 참혹하다. 정말 이번 정부 들어 검찰의 활동 범위는 넓었고 그만큼 곳곳에서 사고가 났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영장까지 들고 칼을 휘둘렀고 KBS의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는 데도 앞장섰다.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만들어서는 미네르바를 구속했다. 검찰판 청부 수사라는 말이 나돌았다. 애초에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들 세 사건은 알다시피 모두 무죄로 끝났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수사를 하는 도중 “안 됩니다”를 공개적으로 외친 검사는 없었고 연판장도, 평검사 회의도 없었다. 누가 무리한 수사로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이후로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사건 같이 권력 핵심과 관련된 사건은 부실 수사 논란으로 조직 전체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일이 줄을 이었다.
청부 수사, 부실 수사의 이면은 온갖 종류의 추문이 채웠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으로 낙마했고 그랜저 검사에 이어 ‘사랑의 정표’로 인정받은 벤츠 검사가 나왔고 최근엔 10억 가까운 금품을 직접 받은 대담한 검사까지 나왔다. 카운터 펀치는 검사실 성추문 검사였는데 사실은 이미 2년여 전에도 검사 여럿이 관련된 성접대 사건이 터져 특임검사가 임명됐던 사실은 기억하는 이도 드물다. 클라이맥스는 어느 지략 뛰어난 평검사의 ‘내부 개혁 쇼’ 기도가 실패한 뒤 나온 검찰총장의 자폭 테러였는데, 결국 검찰은 총장 없이 권한대행 체제로 수술대 위에서 새 의사가 부임해 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두 집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언론에겐 어쩌면 이번 사태가 좋은 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5년에 걸친 권력과 언론 사이의 갈등은 사실 개별 언론인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덕분에 해고 20명을 포함해서 정직, 감봉 등 450명이 넘는 대량 징계가 행해졌다.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는 언론인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몸을 사리지 않고 언론자유를 걱정하게 된 것,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믿을만한 언론을 갖고 싶다는 시청자와 독자의 각성은 희망의 싹이다.
그런데 검찰에는 아직 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경찰과 수사권을 다툴 때나 법원의 영장 기각에 반발할 때처럼, 잘못된 지시에 결기 있게 나선 검사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인사권을 쥔 사람의 지시에 당당하게 ‘아니오’를 외치는 ‘독립 관청’이자 ‘준사법기관’인 검사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검찰은 한때 유행하던 말로 ‘성찰 없는 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