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알면 삶이 달라진다
[스페셜리스트│IT]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산업부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2.20 16: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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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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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programming = “프로그래밍 공부”;
var language = “외국어 공부”;
if (programming==language) {
alert(“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 else {
alert(“세상만 불평하며 살아갈 것이다”);
}
‘자바스크립트’라는 이름의 이 언어는 일종의 외국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이런 뜻이다. “프로그래밍 공부가 외국어 공부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새로운 세상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불평하며 살아갈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오늘날의 세상은 이미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술 가운데 꽃 중의 꽃은 바로 ‘코드’다. 좀 더 익숙한 용어로 얘기하자면 프로그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면서 사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게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진입 장벽은 매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이 최근 급격하게 발전해 의료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되고 있는데, 의사가 되는 공부를 누구나 쉽게 무료로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코드가 딱 이런 식이다. 오늘날에는 코드를 쉽게 배우도록 도와주는 무료 강좌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미국에선 ‘코드카데미(codecademy)’라는 회사가 인기를 끌고, 한국에서도 ‘생활코딩’이란 웹서비스가 무료 강좌를 제공한다. 지난달 이 생활코딩의 ‘작심삼일’이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 봤다. 두려운 컴퓨터 언어의 세계가 알고 싶어서였다. 새해 초 결심이 딱 사흘은 가니까 코딩 공부도 사흘 만에 기초를 떼어보자며 이뤄진 오프라인 수업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첫 문단에 내가 쓴 ‘코딩 흉내’다. 단 사흘 만에 컴퓨터 언어에 문외한인 나조차 자바스크립트라는 언어의 문법을 이해하게 됐다. 그만큼 문외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생겨났다는 뜻이다. 이후 많은 게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 과장하자면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 네오가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매트릭스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순간 같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세운 마크 저커버그의 초기 모습을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보면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인 저커버그가 데이트에서 무시당한 뒤 화가 나서 하룻밤만에 뚝딱 여자들 얼굴에 점수를 매기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수학식(알고리듬)과 모니터 속의 기호들이 흘러가는 모습에 ‘역시 천재’라며 질려버렸을지 모르지만 사실 이 웹서비스는 그냥 하룻밤이면 만들 수 있는 단순한 내용에 불과했다. 저커버그가 천재적인 건 이걸 나중에 페이스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기호와 알 수 없는 용어에 현혹되지 않으면 코드라는 건 굉장히 단순한 외국어에 불과하다. 문법을 알고 단어를 알면 외국어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적어도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만 안다면 외국에 여행을 가서 물건을 사고 관광지를 찾아갈 수는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영어를 아주 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 얼개를 이해하는 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총을 처음 본 사람들은 총이 천둥 번개를 쏘아내는 요술봉인 줄 오해할지 몰라도, 우리는 총이란 누구나 사용 가능한 치명적 무기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 주머니 속 모바일 앱과 컴퓨터 화면 속의 인터넷 세상을 구성하는 코드도 마찬가지다. 코드가 마법 주문으로 여겨진다면 세상의 변화는 따라갈 수 없는 빛의 속도로 보이겠지만, 코드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 모든 건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다. 다만 능력이 엄청날 뿐이다.
기자가 코드를 이해하면 유용한 점이 일반인보다도 더 많다. 예를 들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한다거나, 공개된 지도 서비스를 응용해 기사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과거 우리의 선배들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윤전기의 가동 시간과 조판 시스템의 작동 체계, 신문 배송 시스템 등을 공부했다. 그래야 제한시간에 맞춘 최적의 기사가 완성되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변하고 새 기술이 등장했다면 이제 우리도 HTML과 CSS, 자바스크립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대략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