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이해보다 시청자 이익이 먼저다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방송정책이 그러하지만 지상파 재송신과 관련해서도 종합적이고, 분명한 정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조직개편의 결과 지상파 재송신 관할권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이후 아직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골치 아픈 업무를 두고 ‘핑퐁’한다는 말도 들린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문제가 돼왔다. 정부는 사업자의 이해관계 차원에서 명확한 원칙 없이, 매체 차별적으로 지상파 재송신 법규를 제정해왔다. 정책 수립에서 시청자의 이익은 뒷전에 있다.

이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매체 종합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하고 있고, 보완 매체인 케이블TV만 존재하던 상황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케이블TV가 지상파방송의 경쟁 매체로 탈바꿈하고, 위성방송이나 IPTV와 같은 또 다른 경쟁 매체가 등장하면서 경쟁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기에 지상파 재송신의 정책 목표를 매체 환경 변화에 맞게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정책 수립시 선행돼야 할 점은 정책 목표의 설정이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현행 규정은 케이블TV 및 위성방송 등의 미디어를 이용해 지상파 방송을 변경 없이 동일한 수준의 기술적 화질로 동시에 재송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방송에 대한 접근권과 시청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취지는 공익적이라 볼 수 있다. 지상파 재송신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공익 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시청자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함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기본 취지를 소홀히 하고 매체간 경쟁이나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에 치우쳐서 정책이 결정돼온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정책 목표를 두고 지상파 재송신 정책을 수립하다보니까 매체별 비대칭 규제가 존재한다. 2013년 들어 뚜렷한 이유 없이 국회에서 비대칭 규제의 문제점은 덮어두고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땜질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특히 위성DMB의 경우 비록 실패한 사업이지만 실패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가 지상파 재송신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현행 제도의 변화 없이 위성DMB 사업에 어떤 신규 사업자가 진출하겠는가.

올해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제78조의 제3조(협정재송신) 1항에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위성방송 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는 동시 재송신하는 지상파방송 이외의 지상파방송에 대하여 해당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협정을 체결하여 동시 재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을 행하는 위성방송 사업자는 예전처럼 동시 재송신에서 제외하고 있다.

방송 사업자들 간에 상충하는 이해가 존재할 경우 이해 조정 차원에서 접근하면 해결하기가 어렵다. 시청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상파 상품에 대해 시청자들은 이중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수신료를 지불하고 있고,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광고 시청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우 지상파 재송신 규정을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 방송의 경우 가용 채널수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KBS 1TV와 EBS 2개 방송사로 제한하는 것은 주파수 사용에 근거한 방송 규제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 케이블TV의 경우에는 가용 채널 용량이 충분하기에 재송신 채널을 보다 많이 수용해도 될 것이다.

가용 채널수를 기준으로 재송신 채널수를 정하는 미국법이 보다 합리적이다. 본 규정을 담고 있는 1992년 미국법을 왜 ‘케이블TV 소비자 보호 및 경쟁법’(Cable Television Consumer Protection and Competition Act)이라고 명명했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