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방송, IPTV 전철 밟지 말아야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이상식 교수  
 

요즘 UHD 방송 추진 과정을 보면 과거 IPTV 도입 과정에서 나타났던 혼돈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염려된다.


IPTV는 2004년 말 사업자간, 규제기구간 갈등으로 도입이 지연됐다. 기간통신사업자를 옹호한 정보통신부와, 종합유선방송국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저지하려 했던 방송위원회간 갈등은 전형적인 규제자와 피규제자간의 ‘철의 연대’(iron coalition)가 형성되면서 시작이 늦춰졌다. 이 결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정이 지체되고, 사업 승인도 늦어졌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를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케이블TV의 UHD 방송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지상파방송의 규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 입장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UHD 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 LG 등 가전사는 UHD TV를 통해 세계 TV시장의 주도권 탈환을 노리는 일본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UHD 방송에 적극적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관장하는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가시적 성과물로 UHD 방송을 염두에 둬 유료방송 사업자 중심의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사들은 IPTV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급속하게 확대해 나가자 위기감을 느끼고 UHD 방송을 현 상황을 반전시킬 핵심적 사업으로 간주하고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위성방송사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위성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KT와는 달리 SKT나 LGT는 통신망 과부화 문제 등으로 관망 중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방송 사업자 중심의 UHD 방송 추진에 대해 규제 기구인 방통위를 앞세워 조기 상용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UHD 방송 서비스를 위해 디지털 전환 후 사용하지 않게 된 700MHz 주파수 대역의 할당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미래부는 유료방송 UHD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의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를 언급하지 않고, UHD 방송 가용 주파수 확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내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자신들을 배제한 채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미래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 전략’에서 케이블 TV는 2014년, 위성방송은 2015년부터 UHD TV의 조기 상용화 계획을 담고 있다. 한편, 지상파방송의 상용화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700MHz 주파수 배정과 진행 여부를 검토해서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700MHz 용도를 두고 지상파방송은 방송용으로,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용으로 배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맞서고 있다.


이러한 사업자간 갈등이 미래부와 방통위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환되면서 정책적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미래부의 유료방송 중심의 UHD 추진안에 대해 방통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미래부 장관이 반박했다. 주파수 역시 방송주파수는 방통위가, 통신주파수는 미래부가 담당해 과거 방통위가 주파수 정책을 총괄하던 때와 비교하면 정책 수립이 훨씬 어려워졌다.


미래부는 유료서비스의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고, 방통위는 보편적 서비스라는 공공 이념으로 대치하고 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추진의 가시적 성과물로 UHD 방송을 생각하기 때문에 공공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방통위는 UHD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조차도 보편적 서비스로 접근하려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익을 위해 미래부와 방통위는 현재의 갈등구조에서 탈피해 협력을 통해 UHD TV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을 포함한 관련 기구들의 협의체 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 인사 교류 차원에서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영국에서 통상산업부(DTI)와 독립텔레비전위원회(ITC)는 파견 근무 등 인사 교류를 통해 디지털 방송을 원만하게 도입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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