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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게이오대학 교수


   
 
  ▲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한국 사람이라면 여러분들은 어떤 얼굴이 떠오르나요?”
지난 10월 4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카와사키시 아사오구의 강연회에서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60대 이상의 고령자에 여성이 70% 정도를 차지한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배용준, 최지우, 이명박, 박근혜 등의 이름이 튀어 나왔다. 이들 이름들은 2010년 NHK와 K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 조사에서는 이들 외에 김연아, 동방신기, 박지성 등이 거론됐다.

같은 질문을 국가명만 바꿔서 한국에서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10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일본인이라면 이토 히로부미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사다 마오,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치로 스즈키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들 조사 결과는 한일 양국이 상대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한국을 리얼리티가 아닌 드라마를 통해서 바라보고 있다. 한류 드라마가 한국 사회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한국사회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 조사에서 보여 주듯이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현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현재의 일본이 아닌 과거의 일본, 그것도 몇백년 전의 일본을 현재의 일본과 오버랩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양국민의 상호인식에 미디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와다 카츠미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은 2006년 출판된 저서 ‘탈일하는 한국’에서 한일관계를 망치는 것은 일본의 정치가와 한국 미디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정치가와 일본 미디어도 한일관계가 악화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월 1일자 뉴스위크 일본어판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일한국의 망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반일감정을 특집으로 실었다. 올해 들어 2번째 게재되는 반일 특집이다. 6월에는 위안부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번 특집기사는 일본과 한국을 선악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었다. 뉴스위크의 특집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반일기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보수적인 잡지와 달리 뉴스위크 일본어판은 반일문제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이래도 한국이 반일인가, 도쿄화 되는 서울’이라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더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기사의 내용이었다. ‘과격화되는 한국의 반일심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과격화되는 반일 심리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내에서 일본인이 한국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침략이라는 일본 위협론이 일고 있다는 것, 아베 수상이 탑승한 공군자위대 곡예 전투기의 편명 731을 구 일본군의 731부대와 연관시켰다는 보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레임덕을 탈피하기 위해서 독도에 상륙했다는 것, 일본 기업에 대해서 전시징용 배상금 지불을 명령한 한국의 재판부가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국민 정서법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노무현 정권기인 2005년에 제정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의국가귀속에관한특별법’을 들었다.

기사는 반일감정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주요 원인은 일제시대 교육을 받았거나 군사 독재정치를 경험한 지일파 엘리트층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급진적인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집은 또 한국이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범죄를 한국이 인정하지 않고 또 사죄도 하지 않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은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고,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에 학자나 정치가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꼬고 있다.

베트남전은 별개로 치더라도 한일 문제를 다룬 최신 연구서를 몇권 읽어 봤다면 이런 기사는 작성되지 않을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어판마저도 반일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일본 출판계는 어려운 상황인가. 2012년 이후 반일 한국을 테마로 12권의 저서가 출판됐다. 반일문제를 다룬 책은 이보다 더 많은 52권에 달했다. 강연회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10년 내에 한일간 현안이 해결 안된다면 100년 정도 대화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안된다면 200년, 300년 대화를 계속한다면 풀릴 것으로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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