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에 대처하는 '뉴스'의 자세
[언론다시보기]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1.29 14: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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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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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초면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세계적인 IT 기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들이었다. 지난해 구글이 구글 글래스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가능성에 더 방점이 찍혔다면 올해는 실용성과 기능을 향상한 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이미 ‘스마트’하게 바뀌었고 안경도 시계도 스마트 기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집에서 우리가 사용하던 냉장고, 전등까지 온통 ‘스마트’해 질 모양이다. ‘웨어러블’과 함께 주목받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이 실제 적용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내일 당장 바뀌지는 않지만 아주 가까운 장래에 더 많은 기기들에 스마트 기능(컴퓨팅+인터넷)이 장착될 것 같다. 모바일 시대가 한층 더 확장된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대중화가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명 ‘뉴스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 인터넷’이든 ‘웨어러블 컴퓨터’이든, 이름에 상관없이 확장된 모바일 시대의 의미를 디스플레이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시계에도, 안경에도, 냉장고에도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각 기기의 특성에 맞는 정보를 보기 위한 장치이지만,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의 소비재인 ‘뉴스’가 흐르게 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쳐 볼 수 있다.
PC 모니터에서 읽던 뉴스가 휴대전화 화면으로 작아진데 이어 시계나 밴드 형태로 점점 더 작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곧 뉴스의 길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사진과 같은 비주얼 데이터를 포함해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형식도 생각해야 한다. 뉴스가 표시될 디스플레이의 성격에 따라 뉴스의 형식과 내용에도 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주 오래 전이지만 처음 기자로 입사해 선배들에게 기사 작성에 대해 훈련을 받던 때가 생각난다. 지면의 제약으로 기사를 맘껏 길게 쓰기 어려웠던 시절, 기사는 중요한 사실부터 앞부분에 배열해서 부가적인 것을 설명해 나가는 역삼각형 구조로 작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보강 취재를 통해 트렌드나 이슈를 정리하는 ‘박스’ 기사의 경우는 조금 여지가 있었지만 사실 전달을 중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좀 더 엄격하게 이런 형식을 지켜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재를 해서 글을 쓰는 취재 기자와 달리, 이미 작성된 기사로 지면을 구성하는 편집 기자를 따로 두었던 것도 한정적인 지면을 독자들에게 가독성 있게 잘 꾸미기 위한 노력이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로 지면에 대한 제약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어 모바일 시대로 넘어 오면서 다양한 화면과 다양한 상황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앞서 예측한 대로 사물 인터넷이나 웨어러블 컴퓨팅이 대중화되면 ‘다양성’의 범위는 더욱 더 확대될 것이다.
2012년 말 미국 뉴욕타임스가 캐스케이드 산맥에서의 눈사태를 다룬 인터랙티브 심층 취재 기사 ‘스노우폴’을 선보인 이후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형식의 기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텍스트와 동영상 등 비주얼 데이터를 결합한 멋진 화면 구성이 텍스트로만 구성된 기사에 비해서 보기에도 좋고 읽기에도 주목도를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두 건의 화려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뉴스를 담는 지면이 이렇게 다양해진 시대에서는 효과적인 뉴스 소비를 위해서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각 언론사에서 모바일 시대에 맞춰, 혹은 더욱 확장될 새로운 모바일 시대에 맞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흐름은 새로운 시장 구도를 필요로 하고 만들어 준다. 모바일 기기의 확장이 언론사의 인터넷뉴스부, 혹은 뉴미디어부가 네이버의 뉴스 정책에 목매이지 않고 새롭게 판을 펼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