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에게 소설은 자기 계발일 수도 있다

[스페셜리스트│문학·출판] 어수웅 조선일보 기자 · 문화부


   
 
  ▲ 어수웅 조선일보 기자  
 
설 직전에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를 신문에서 시작했다. 문화계 인사의 단골집에서 식사를 나누며 주제를 가진 대화를 나누는 코너다. 첫 상대를 누구로 할지 고민하다가 소설가 김연수를 떠올렸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그가 독백처럼 풀어놓은 고백이 머리맡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평생 싸워온 게 뭔지 알아? 허세야, 허세. 문학의 허세!”

그의 허세론은 만취 다음에 나온 독백이었고, 작가는 곧 의식을 잃었다. 그 다음말을 듣고 싶었다.
기자 생활 20년의 대부분을 문화부에서 보낸 입장에서,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에게 ‘허세’는 어느 정도 자산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물론 허세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게 포인트다. 허세가 아니라 매력의, 아우라의 발산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말로, 매력으로 설득시킬 수 없는데, 그의 작품을 보겠는가. 주변에 숱한 게 소설이요, 그림이며,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 ‘허세’는 예술가의 필요악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평생 허세와 싸워왔다니.

“난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을 부러워 한 적은 있어도, 문학적 끼가 넘치는 사람을 질투한 적은 없어. 물론 하룻밤 술자리에서 그쪽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건 100% 인정하지만.”

그의 허세 무용론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재능은 데뷔할 때만 필요하다는 것. 그 다음에는 체력이 필요할 뿐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첫 소설은 쓸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낸 소설가에게 재능에 대해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고 했다. 그들에게 재능은 이미 오래전에, 한 권의 책으로 소진돼 버렸으니까.

“작가라면, 누구나 첫 소설은 쉽게 쓸 수 있어. 하지만 두 번째 소설은 절대 그렇지 않지. 빨리 쓴 소설은 반드시 안좋아. 시는 고치면 나빠지기도 하지만, 소설은 수정할수록 좋아져. 고치면 좋아지는데 고치지 않는 건 책임 방기지.”

그는 허세를 부리기에는 체력이 너무 약하다고 했다. 글을 쓰느냐 못쓰느냐 여부 역시 집중력 있게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육체적 능력에 달린 것이지, 재능의 유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작가는 자신의 작가인생에서 분기점이 된 장편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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