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연봉공개의 두가지 편견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  
 
“연봉공개 대상을 확대하고, 보수 산정기준도 공개할 필요” “미등기임원까지 연봉공개는 포퓰리즘”.
올해 처음 시행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공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연봉 공개대상을 더 넓히고,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기준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반면 경제계와 보수언론들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맞선다.

연봉공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두 가지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보수가 많은 사람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이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연봉공개를 하면서 큰 부담감을 느꼈다. 일반 직원들은 연봉이 수천만원인데, 대기업 총수의 연봉이 수십억원, 심지어 수백억원 하는 것은 문제라는 사회 일각의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법 취지는 고액 연봉자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일부 보수언론이 폄하하듯, 국민의 호기심 충족은 더더욱 아니다. 임원 보수가 성과에 따라 적정하게 지급되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등기임원 4명 중에서 지난해 최고 연봉자는 권오현 부회장으로 67억원을 받았다. 반면 삼성전자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이다. 얼핏 권 부회장이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조원(연결기준)을 훌쩍 넘는다. 성과가 좋은 기업의 임원이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오히려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렇게 해야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회사와 나라경제가 발전하지 않겠나?

대기업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의 평균 보수간 격차를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는 작고, 일본보다는 큰 편이다. 국내의 경우 연봉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최태원 회장과 직원들 간 격차가 167배였다. 미국의 경우 S&P500(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00개 대기업)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받은 보수는 일반 직원의 평균 354배에 달한다. 이웃 일본의 경우 2012년 기준 최고 연봉자는 카를로스 곤 닛산 사장으로, 직원 평균 연봉의 141배였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SK그룹 4개 계열사로부터 총 301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 때문에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고액연봉 자체가 비난의 이유는 아니다. 최 회장은 배임횡령 사건으로 지난해 1월 수감돼 1년 내내 정상경영을 못했다. 일도 안하고, 수백억원을 받은 셈이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경우 GS건설에서 1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GS건설은 지난해 1조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명의 공동대표 중 3명이 사임했고, 그 중 전문경영인 출신 2명은 아예 회사를 그만뒀다. 그런데 공동대표 중 하나인 허 회장은 대표 자리를 지킨 것은 물론 거액의 보수까지 챙겼다.

두 사례를 보면 총수와 전문경영인 간에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다고 보기 힘들다. 기업들이 이에 대해 단지 ‘오너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이처럼 연봉공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견도 극복돼야 한다.

거액연봉을 받는 총수일가 중에서도 누구는 공개되고 누구는 공개되지 않는 것도 법 취지에 어긋난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등기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대상에 제외됐다. 반면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등기임원을 맡고 있어 공개됐다. 미국의 경우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그리고 연봉 상위 3명은 의무적으로 공개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보수 지급 근거도 함께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최대기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425만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애플은 주총에서 보수 책정 이유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설명해 한국 기업들과 대조를 보였다.

연봉공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언론이 그 취지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편견을 부추기는 게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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