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 세상과 '땅콩 회항'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요즘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은 우리에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이번 일의 전개 과정은 지금이 소셜네트워크 세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땅콩 회항’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특히 인터넷상에서 더 컸다. 왜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런 ‘악몽’ 같은 일을 겪게 된 걸까. 원인을 생각해봤다. 미디어라는 측면으로 국한해서 보았을 때 무엇보다 대한항공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사건이 알려지자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는 듯 보이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게 안 통하니 보직사퇴를 ‘발표’했고, 또 그게 안 통하니 사표제출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일방향으로 발표만 거듭하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상에서는 개인들의 울분이 실시간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확산되고 또 재생산되고 있었다. 하루 이틀 만에 수많은 글과 패러디물이 소셜네트워크 세상을 뒤덮었다. 전·현직 대한항공 직원을 포함한 개인들이 올린 의견과 팩트들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SNS와 신문, 방송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대한항공이 소셜시대라는 네트워크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보직사퇴를 ‘발표’하기만 하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미디어 분야도 크게 변했다. 과거 몇몇 유력 신문과 지상파 방송만 존재했던 시절에는 이번의 대한항공처럼 ‘적당히’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잠시 보직만 사퇴하는 것으로 대응해도 통했을 수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두 번 단신으로 처리되고 끝날 수도 있었다. 필자가 언론인으로 일했었던 2000년 초까지만 해도 그랬을 수도 있었다. 이번처럼 여객기 일등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은 발생 사실 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개개인 모두가 ‘정보 발신자’가 된 소셜네트워크 시대다. 적당히 막는 것이 힘들어진 세상이다. 누구를 어떻게 막을 것이며, 전 국민을,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무마할 수 있겠는가. 설사 잠시 막았다고 한들, 어디선가 누군가 한두 사람에 의해 작은 ‘구멍’이 뚫려 둑은 결국 무너진다. 오히려 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리스크 관리를 하는 입장이라면 그가 새로운 소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사건’은 묻히지 않고 알려질 확률이 크게 높아졌으며, 둘째, 일단 알려지면 일파만파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상이 오픈될수록 ‘진정성’과 ‘정직’이 길게 보면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을 바라보면서 지난 7일 보도된 ‘미 유력 언론, 구글 앞에만 서면’(전자신문)이란 기사에 나온 막대 그래프가 떠올랐다. 미국 유력 미디어 기업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자료였다. ‘대표 언론’ 뉴욕타임스는 20억 달러였는데, 구글은 700억 달러(약 77조8000억원)였다. 3.5배가 아니라 35배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만든 ‘격차’였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생생하게 알려주는 막대 그래프였다. 


대한항공은 물론 이번 ‘땅콩 회항’을 보도한 우리 신문과 방송도 이번 일을 지금이 인터넷 시대, 소셜네트워크 세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그리고 어떻게 그 세상에서 적응하고 그 세상 속으로 파고들지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 기업도, 언론도 그게 현명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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