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래서 ‘소통의 구조’를 어떻게 짜놓느냐가 중요하다. 형식이나 틀이 내용을 규정할 때가 많으니 그렇다.
그런 면에서 언론사 편집국이나 보도국의 업무공간 구조는 ‘꽤 괜찮은 소통의 틀’이다. 개방된 넓은 공간에서 전체 기자들이 함께 일하는 구조이니, 부서나 직급이 달라도 오며가며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잡담도 하고 즉석 업무 협의도 한다. 조율도 되고, 아이디어도 나온다. ‘벽 없는 소통’을 위해 몇몇 기업들도 이런 뉴스룸 구조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참모들이 일하는 위민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만 열렸다. 신문사에서 일할 때 위민관을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대통령이 있는 본관과 500여 미터나 떨어져 있다. 너무 먼 거리다. 대통령은 본관이라는 섬에, 참모들은 위민관이라는 섬에 ‘고립’되어 있는 모습이다. 구조적으로 ‘소통이 힘든 틀’이다.
박 대통령은 연초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소통부족이라는 비판을 진보는 물론 보수 언론들로부터도 받고 있다. 수석비서관 회의를 위민관에서 연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일 것이다. 청와대도 “참모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위민관을 가끔 찾는 것에 그치지 말고, 참모들과 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거다. 대통령의 집무실과 비서실이 같은 건물에 있는 미국의 백악관처럼 말이다.
더 갈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아예 직원들과 커다란 홀에서 같이 일하는 건 어떨까. 사례도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불펜’이다. 뉴욕시장을 12년 동안(2002~2013년) 세 번이나 역임한 그는 시장에 당선되자 기존의 시장실 대신 2층의 넓은 홀을 시청 직원 51명과 함께 사용했다. 다른 직원들과 같은 크기의 책상을 썼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앉은 위치였다. 시장이 커다란 사무실 중앙에 앉았고, 제1 부시장이 한 1~2미터 정도 떨어져 바로 옆에 앉았다. 그 공간을 ‘블룸버그의 불펜’이라고 불렀다.
뉴욕시장은 불펜에서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함께 지내며 보고도 받고 회의도 진행했다. 간부회의도 그곳에서 열었다. 심지어 연방정부의 부통령이 와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3월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총기규제법안에 대해 논의를 하기 위해 뉴욕시청을 방문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과도 불펜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직원들이 옆에서 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말이다.
불펜은 정치행정 분야에서의 ‘개방형 커뮤니케이션 모델(open-communication model)’이다. 소통의 효과는 크다. 물론 집중하기가 힘든 부작용도 있을 것이고, 정치적인 이벤트라는 비판도 나올 거다. 미국에서도 그랬다. 비판이야 그렇다 치고, 부작용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별도의 대통령 전용 회의실을 두어서, 혼자 조용히 숙고할 시간이 필요할 때나 보안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회의를 할 때는 그곳으로 가면 된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어디선가 보았던 말이 생각난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직원들이 있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잡담’을 하는 것, 그리고 ‘결정’을 해주는 것 두 가지 뿐이다.” 전자는 소통이고 후자는 결단이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청와대의 소통’ 문제를 보며 이참에 건국 이후 내내 권위주의적이었던 대한민국의 청와대와 대통령도 ‘새롭고 획기적인 틀’을 만들어 참모들, 그리고 국민들과 소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인상적인 개방형 업무공간인 ‘블룸버그의 불펜’을 참고해서 말이다. 이건 물론 우리 언론이나 기업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소통의 틀을 바꾸면 내용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