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가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아동 폭행 영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정치권 대책을 무비판적으로 옮기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달 29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최초로 보도된 1월13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메인 뉴스에 보도된 132개 기사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KBS ‘뉴스9’이 관련 기사 수가 1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MBC ‘뉴스데스크’ 15개, SBS ‘8뉴스’ 13개 순이었다. 종편 중에선 MBN ‘뉴스8’이 27개로 가장 많았고 TV조선 ‘뉴스쇼 판’(26개)과 채널A ‘종합뉴스’(20개)가 뒤를 이었다. JTBC ‘뉴스룸’은 14개로 지상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번 보도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동영상”이라며 “교사와 부모가 서로 불신만 쌓이게 하며 이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BS ‘8뉴스’는 17일 보도에서 “SBS는 참혹한 장면이 계속 방송되면서 해당 어린이집 아이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폭행 장면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리포트 말미에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교사에 주먹에 맞아 쓰러지는 아이의 모습을 내보냈다. KBS ‘뉴스9’도 이날 “KBS는 관련 사건을 철저하게 취재해 보도하되, 너무나 충격적인 유아 폭행 장면은 최대한 편집해 거르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면서 어김없이 폭행 영상을 보도했다.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대책을 비판 없이 보도하는 점도 지적됐다. MBC ‘뉴스데스크’는 15일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CCTV의 경우 초상권 침해보다 범죄 예방이 주된 목적이니만큼 설치를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어린이집 교사를 예비 범죄인처럼 보이게 했다”며 “보육교사의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CCTV가 설치돼 있는 곳에서도 버젓이 학대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방송은 정부의 부실한 평가 인증제도보다는 보육교사 자격증의 부실만 지적했으며 이는 검증을 부실하게 한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육의 질이 낮아지는 원인으로 ‘무상보육제도’가 꼽히면서 전업주부와 직장에 다니는 엄마 간 갈등도 불거졌다. TV조선 ‘뉴스쇼 판’은 19일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나오자 전업주부가 키우던 아이들까지 어린이집으로 쏟아져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이러한 보도는 ‘집에서 놀면서’도 보육료를 더 받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낸 전업주부들을 비난하는 것”이라며 “보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는 묻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CCTV의 반복적 보도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신뢰가 무너지는 불안정한 사회로 가고 있다”며 “언론은 현상 나열식 보도를 지양하고 사안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