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름도 어려운 어느 ‘땅콩’에 관한 서비스 때문에 사달이 나서 그 비행기에 탔던 어느 ‘높은’ 분이 분노했고, 급기야 거대한 비행기가 후진을 해서 승무원을 내려놓고 이륙했다는 황당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건 관련 소식은 ‘땅콩 한 봉지가 모든 걸 다 덮었다’는 비유처럼 모든 국내 뉴스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렸던 사건 관련 2차 공판 내용은 CNN 기자의 현장 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송됐습니다. ‘땅콩 회항’의 ‘위력’은 지금도 세계 언론을 ‘호령’하는 기사거리인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는 뉴스의 최초 보도, 그리고 줄기차게 이어진 후속 보도를 눈부신 특종으로 수놓았던 한겨레 취재진의 일원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인한 재벌 3세들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건강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져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검찰은 첫 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고, 자본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검찰다운 태도로 거침없이 법적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땅콩 회항’과 비슷한 시기에 첫 보도가 나와 이번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에 함께 포함되기도 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과 우리 사회는 검찰이 정치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찰다운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했고, 지금도 그 기대를 접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