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식품 분야 탐사 저널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이영돈 PD의 처신이 언론계에 회자되고 있다. 이 PD는 ‘불량식품을 골라내고 시청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시하는 방송 저널리스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방송의 공정성과 취재윤리를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JTBC에서 하차했다. 며칠 만에 빠르게 진행된 이 과정을 지켜보며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과거처럼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갑(甲)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15일 JTBC에서 방송된 ‘이영돈 PD가 간다.’ 그는 최근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고 알려지면서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릭(Greek) 요거트’ 제품을 다뤘다. 그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8개의 그릭 요거트 제품을 다룬 뒤 “진짜 그릭 요거트는 없다”고 단언했다. 시청자들로서는 ‘국내에는 제대로 된 그릭 요거트가 없구나’ 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방송이었다.
반전이 일어났다. ‘디저트 같다’고 평가를 받은 판매점의 주인이 JTBC작가에게 카카오톡으로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그 내용을 SNS에 공개한 것이다. 주요 요지는 “촬영을 거절하지 않았냐. 한국에서 유일하게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발효시키는 회사다. 몰래 촬영해갈 수 있냐. 가게에 가당과 무가당 두 가지 요거트가 있다고 3번이나 말했는데 가당을 시켜 먹은 뒤 ‘그릭 요거트가 없다, 디저트 같다’고 할 수 있냐. 정정방송을 꼭 해야 한다. 책임져라. 전문가라면 요거트 전문가여야지 셰프나 교수라니 말이 되냐”는 것이었다. 그 요구가 너무나 정당하게 느껴진 탓에 SNS에서 들불처럼 퍼졌다.
평상시라면 논란이 격화되다가 흐지부지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다. 크게 논란이 됐다가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유야무야된 이 PD의 다른 방송들처럼 말이다. 4년이나 소송이 진행된 ‘김영애 황토팩 허위보도 사건’도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2012년 무죄가 됐다. 그러나 이 PD가 방송 직후 재벌기업의 요거트 제품 모델로 등장하면서 의혹은 확산됐다. 탐사 저널리스트인 이 PD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사의 제품을 깎아 내리는 방송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나왔다. 그 탓에 과거에 유야무야 됐던 문제의 방송들이 SNS에 떠돌아다니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때문에 공든탑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사필귀정이자 인지상정 아니냐’는 탄식도 나온다.
탐사저널리즘은 몰래 카메라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세한 식품제조업체와 음식점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 있는 탓에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공신력 있는 전문가라든지, 대학의 연구소나 관련 전문 연구소 등을 적극 활용했어야 옳다. 방송의 대중성과 전달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PD는 시청자에게 볼거리의 제공이라는 측면이 강화된 탓인지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처럼 흐르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평가단처럼 관련 음식의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음식 관계자가 등장한다. 당연히 평가의 공정성이나 사실의 확인 등에서 취약했다고 할 수 있다.
1989년 ‘우지라면’ 파동으로 원조 라면 생산자인 삼양라면이 대법원에서 1997년 무죄가 될 때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포르말린 골뱅이’ 논란으로 관련업체가 파산을 겪었다.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쓰레기 만두’ 소동으로 만두회사가 파산했고 대표는 자살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한다면 자신의 보도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을 점검하고, 보도의 공정성이 한 톨이라도 훼손되지 않도록 처신해야 옳다. 권력은 물론이고 돈과 명예에서도 저널리스트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