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세월호 대참사로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덧없이 사라졌고, 1주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희생자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승객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을 보내야 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재판을 비롯해 감사원, 국정조사, 안전심판원 등의 조사가 있었지만 핵심을 비껴갔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위)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1주기 이전에 조직을 갖추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세월호 특위는 표류 상태다. 세월호 특위 전원위원회가 격론 끝에 의결한 시행령안을 해수부가 전혀 반영치 않고 위원회의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 시행령안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가 파견한 공무원의 지휘 아래 조사하고 국회, 대법원, 대한변협 그리고 유가족이 추천한 위원들은 심지어 상임위원까지 거수기 역할을 하라는 뜻이다. 정부 파견 기획조정실장과 직속 기획총괄담당관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 법이 정한 120명 정원을 90명으로 축소하고, 파견 공무원의 비중도 세월호 특위 의결안보다 상향 조정했다. 조사대상자가 조사를 관장하겠다는 뜻이다. 조사의 범위도, 핵심을 비껴갔다고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 부처 조사 결과의 분석 조사에 한정하란다.
결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모법 위임 범위 일탈’ 상태라고 해석했다. 세월호 특위 인원을 제한하고, 사무처 조직 구성을 시행령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점, 공무원의 파견 규모를 시행령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세월호 특위의 인사권한을 침해한 점 등이 모법의 위임한계를 넘어 섰다는 것이다.
사실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나오는 순간 세월호 특위는 이런 문제점을 분명하게 지적했고 기자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행령 기사는 묻혔다. 정부가 시행령 안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피하고자 입법 예고시기에 맞추어 선체인양, 배·보상금 문제를 꺼냈는데 언론이 이 놀음에 장단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사실 선체인양은 정부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검토를 시작해 결론이 나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수색 종료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새로이 기술 검토를 한다는 명분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던 사안이다. 그런데 갑자기 발표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 검토 최종보고서는 ‘4월 말’에 나온다면서…. 그리고 언론은 받아썼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정부가 추정에 불과한 공식 배·보상금을 하필이면 그 민감한 시기 새벽 6시에 발표했다는 점이다. 물론 언론들은 또 받아썼다. 그리고 4시간 후 정부는 새로운 자료를 줬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국민성금 배분 추정액과 보험금 산정액 자료다. 그리고 기자들이 궁금해 해서 제공했다고 변명하면서도, 기자들에게 기사에 반영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시 언론은 8억원, 11억원이라는 제목으로 화답했다. 유가족은 배·보상금에 눈먼 사람이 되고 말았다. 많은 언론이 또 다시 유가족의 가슴에 칼질을 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은 기억한다. 세월호 대참사 시기 언론이 ‘기레기’라 불렸던 사실을. 그리고 참 언론인들은 깊게 반성했다.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반성의 마음으로 재난보도준칙을 만들기도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다시 반복되고 있다. 기자들의 반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가 있는가? 그렇다면 기자들은 어떤 행보를 해야 하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정의, 소외된 사람들에 공감하며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기자들에게 힘들지만 실천을 부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