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을까. 최근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2012년 친정권적 인사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방송의 공정성을 둘러싼 MBC 노조의 파업은 정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다. 항소심은 “공정방송 실현은 사측뿐 아니라 실제로 방송 보도, 제작, 편성을 담당하는 방송사 내부 구성원 모두가 주체”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방송의 공정성이 준수됐는지는 주권자이자 국민인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라고 언급했다. 1심 배심원들의 판단에 대해 “배심원들은 방송을 보고 그 공정성 준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평균적인 시청자라는 점에서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목적으로 벌인 파업의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종합편성채널인 MBN의 이른바 불법 광고영업과 관련한 사건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MBN은 자회사인 방송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해 광고의 대가로 광고주에 유리한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MBN의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여부를 심사 중이다. 방통위의 행정조치와 무관하게 MBN의 행태는 방송의 편성과 제작에 있어서 공정성과 객관성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할 만하다.
현 방송법은 “방송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애초 방송사가 국가 주도로 설립된데다 방송이 공적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고 여론형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까다로운 점이 있다. 공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지가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지난 1980년대에 ‘공평의 원칙’을 폐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논란거리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 찬성과 반대의견의 비율을 기계적으로 5대 5로 맞춘다고 하여 공평성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숫자적 중립을 지킴으로써 공정했다고 자평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으로서의 민주적 여론형성의 역할을 방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도 있다.
방송법과는 달리 신문법은 편집과 취재, 보도의 자유를 명시하였을 뿐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규정을 그 자체에는 두지 않고 있다. 출발시점부터 언론의 자유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은 선거보도에 있어서, 언론중재법에서는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법률의 보충을 통해 신문 역시 보도의 공정성을 요구받는다고 할 수 있다. 공정성은 언론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MBC 파업과 MBN 사례에서 보듯이 현재 언론의 공정성은 권력과 광고주(자본)와의 관계에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인 의식조사에서 언론자유의 제한요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주체는 광고주였다. 2005년도의 58.9%(3순위까지 복수응답의 합)에서 2013년도에는 64.8%까지 지목되었다. 정부, 정치권력도 2005년 39.8%에서 2013년에는 56.4%로 치솟았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 조사에 의하면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의 개선점으로 권언유착(49.2%, 2순위까지 복수응답의 합), 무책임한 보도행태(49%), 자사이익보호(31.8%), 광고주 편파보도(22.3%)를 꼽았다. 언론인이나 언론수용자나 문제의 원인은 정확히 포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런 점에서 항소심 판결이 공정성의 최종 판단 주체를 평균적 시청자, 독자로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보도의 중심에 언론소비자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