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 편파 심의 끝내라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심의는 수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수용자에게 피해를 준 언론의 보도 행위를 제재하여 차후에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방송으로서는 불편하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심의가 언론의 본질적 활동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그게 헌법 37조 2항의 의미다. 그런데 방심위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나 KBS ‘추적 60분’의 천안함 보도에 대한 심의·제재는 그 한 예이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 희생자 수색이 지극히 부진했다. 수색을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한 논의도 거의 없었다. 새로운 구조 방법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했고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는 그런 의제를 던지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보도가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 대상이 됐고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 서울 행정법원은 방통위의 징계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방심위가 이 보도에 대해서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징계하려면 그 위반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징계권자가 징계의 근거를 대지 못하고 징계하는 현실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많은 자의적 징계가 가능해질지. 행정법원은 징계권자가 지켜야 할 기본을 지적한 것이고 헌법이 금지한 본질적 내용의 침해를 경계한 것이다.


행정법원의 판결 이전에 ‘다이빙 벨 보도’에 대한 심의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었다. ‘다이빙 벨 보도’에 대한 심의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권혁부 부위원장의 지시로 심의에 포함됐다고 한다. 정치적 심의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또 방심위는 이 당시 방심위에 대한 대표적 비판인 고무줄 심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방심위는 ‘잠수사들이 교대로’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중징계 결정을 했다. 반면 전원 구조라는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라는 경징계로 처리했다. 징계 결정이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만하다. 심의 기관의 심의가 예측가능하지 못하다면 방송의 보도 행위가 위축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치적 심의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방심위의 심의가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KBS ‘추적 60분’의 천안함 관련 보도에 대한 심의다. 방심위는 ‘추적 60분’ 보도가 천안함 침몰 당시 섬광의 위치, 스크류 조사와 관련한 스웨덴 조사팀의 참여 여부, 흡착물질이 침전물인가 여부, 국방부 재조사 거부 등에 대해 편파 방송을 했다고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방심위 결론을 모두 일축하고 ‘추적 60분’의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한 것이라 판단했다. 초병이 관측한 섬광의 위치가 보고서 상의 폭발 원점과 일치하지 않고, 스크류 변형의 원인을 밝혀 낸 주체가 한국 학자였으며, 흡착물질이 침전물임을 밝혔을 뿐 수중 폭발 여부를 부정하지 않았으며, 국방부가 재조사를 완곡하게나마 거부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추적 60분’은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오류를 확인하고자 한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자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방심위는 이런 방송에 대해 징계를 함으로써,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침해한 것이다.


두 사례에서 방심위는 합리적 심의를 할 수 없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알고도 정치적 심의를 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여하튼 이런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는 한 방심위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방심위 해체가 답인가 아니면 편파심의 의혹을 받고 있는 방심위원들이 심기일전하여 공정한 심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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